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시급 9천860원에서 1.7% 올린 인상률은 미미하지만, 1만원 대 최초 돌파라는 심리적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1988년 462.5원으로 제한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은 다음해부터 전면 실시됐다.
1993년 1천원을 돌파(1천5원)한지 30여년 만에 1만원을 넘겼으니 얼핏 보기엔 굼벵이 같다. 그런데 경향신문 지난해 4월 보도대로면 1993년 1천569원이던 짜장면 평균 가격이 2023년 6천361원으로 30년간 4배 상승했다. 비슷한 기간 10배 오른 중국집 종업원 최저임금에 비해, 사장님의 짜장면 가격은 4배 오르는데 그친 셈이다.
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인상률 보다 진한 공포를 체감하는 배경이다. 짜장면 재료 가격들도 30년 동안 최소 4배 이상 뛰었을 테다. 30년 이상 짜장을 볶고 면을 뽑아 중국집을 유지했다면 장사의 신으로 칭송할만하다. 그럴 리 없다. 종업원 대신 가족이 홀 서비스를 하고, 주방장 대신 사장님이 웍을 잡는다. 사장님 가족의 노동과 영혼을 갈아넣어야 짜장면은 '서민 가격'을 유지한다.
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1만원 돌파 보다는 올해 늘어난 금액 170원에 화가 난다. 1시간 노동해봐야 햄버거 세트메뉴 하나도 사먹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300만~500만명이니 외면할 수 없는 항변이다. 최저임금 1만원에 사장님은 걱정이 태산이고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치민다.
영세사업장과 음식점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동지들이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입장이 갈리지만 평소에는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동병상련자들이다. 남는 것 없어도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사장님을, 최저임금으로 버티는 노동자를 서로 걱정해준다.
최저임금과 상관 없는 대기업 노사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최저산업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빠졌다.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 서로 서러워 같이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지금처럼 최저임금과 상관 없는 사람들이 결정한 최저임금에 최저산업 현장의 사장님과 노동자가 경제적 심리적 상처를 받는다면, 경제적 약자를 향한 폭력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