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용수공급 '희생강요 부당' 입장 반영
자연보전권역 완화·산업단지 조성 등 성과
반도체기업 원활한 입주 SK와 실무협의중
빗속 주먹쥔 팔 흔들던 시민들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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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우 여주시장
2년전 일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60%가 훌쩍 넘는 과분한 지지율로 민선 8기 여주시장에 당선된 직후였다. 나는 12개 읍면동을 돌며 민원을 청취하고 시정과제를 발굴하는 등 여주시를 위해서라면 죽도록 일하고 싶을 만큼 의욕이 넘쳤다. 취임 첫 과제로 '여주시 복합행정타운 건립 계획'을 결재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않은 문제가 터졌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 57만3천t(하루)을 여주시에서 끌어간다는 계획이 서있으니 취수장과 관로 설치를 위한 인허가를 서둘러 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유보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지역발전의 활로로 삼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여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이고,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시 전체의 40%가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어 반도체 공장은커녕 계획적인 개발조차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수도권규제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지역의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으로 설정된 여주는 균형발전의 혜택은커녕 과도한 개발제한으로 40년 동안의 역차별을 당연한 듯 견뎌왔다. 여기에 또다시 지역을 가로지르는 용수관로 설치를 감당하라는 요구에 여주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반도체 초강대국', 지역과의 상생이 첫발이다!'(2022년8월16일자 19면 보도) 칼럼 참조)

여주시민들의 바람은 '특별대책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해달라는 것이었고, 용수관로의 설치와 유지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규모의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친기업 언론들은 이 당연한 요구를 '지역이기주의'이자 국가기간산업발전의 '발목잡기'라며 몰아붙였다. 여주시민들의 억울함이나 신출내기 시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는 언론의 목소리는 이 거칠고 악의적인 프레임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들의 편향된 시각에 조목조목 대응하면서도 여주시민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가슴이 아팠다. 이때 느낀 무기력함과 고립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3개월간의 지난한 협상 끝에 2022년 11월21일 여주시는 당정의 중재로 SK하이닉스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사업의 원활한 지원과 상생협력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서에는 아무리 중요한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상호 간에 충분한 협의나 합리적인 보상 없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주시의 입장이 온전히 반영되었다. 다만 '특별대책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해 달라는 여주시민들의 바람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신에 자연보전권역 완화, 공공하수처리시설 확충, 산업단지 조성과 반도체 기업 입주, 신산업 관련 업체 유치, LH 통합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 그 뒤에 이뤄진 창동 도시개발사업 추진과 폐수배출 없는 공장의 신증설 건축면적 확대, 그리고 공공하수처리시설과 하수관로 신증설 추진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에 힘입은 결과이다.

기업 유치를 위한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긴급 예산을 편성해 타당성 용역을 마치고 지금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개발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입주를 위해 SK하이닉스와 실무협의도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친환경 기업 유치를 위해 앞장서 준 경기도의 지원과 전향적인 자세로 지역경제를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는 SK하이닉스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빗속에서 규제 해제를 외치며 시장통에 모여 평생 처음 주먹 쥔 팔을 흔들며 궐기하던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분들 앞에서 다시는 눈물을 훔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것이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시장 취임 2주년을 보내는 나의 소회다.

/이충우 여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