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ion 2024 Trump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장에서 총격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테러를 규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전을 기원했다. 2024.7.13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피격을 당해 충격을 던졌다. 트럼프의 오른쪽 귀가 관통당하는 끔찍한 테러 상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에이브러햄 링컨·제임스 가필드·윌리엄 매킨리·존 F. 케네디 등 4명의 현직 대통령이 암살로 목숨을 잃은 미국의 악몽이 다시 소환됐다. 대선 정국이 대혼돈에 빠져든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는 증오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각국은 테러 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암살의 시대가 있었다. 1945년 이후 해방정국에서 송진우·여운형·김구 선생을 정치테러로 잃었다. 1952년에는 6·25전쟁 2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읽던 이승만을 향해 권총이 발사됐고 미수로 끝났다. 1974년 8월 15일에는 박정희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 범인 문세광의 네 번째 탄환에 육영수 여사가 목숨을 잃었다. 1969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원내총무 시절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주도하던 중에 질산(초산) 테러를 당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3년 일본 도쿄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가 5일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5·31 지방선거 유세장을 찾았다가 커터칼 피습을 당했다. 또 2015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흉기에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크게 다쳤다. 올해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망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거리에서 흉기로 목부위를 찔리는 피습을 당했다. 불과 3주 뒤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한 중학생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머리를 돌덩이로 가격했다.

테러는 법치국가의 질서를 정조준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악질적인 범죄이다. 테러범은 극도로 양극화된 증오 사회가 낳은 괴물이다. 양극화 전선의 누구라도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국 정치도 사회적 극한 대립을 부추기면서 스스로 테러의 위험을 자초하는 정치 지형을 고착시키고 있다. 상대를 말살의 대상으로 여기는 적대적 야만 정치가 선을 넘었다. 여야 모두 민주주의 정치의 정도를 깊게 성찰하고 정치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비정상 정치의 정상화만이 돌발적인 테러에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