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106번 버스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미화노동자부터 경비원·새벽시장 상인까지. 금세 만원이 되고 몸을 부대끼며 한바탕 출근 홍역을 치른다. 이들은 버스가 신호 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지각하면 어쩌나 전전긍긍이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부지런히 일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애환을 싣고 버스는 달린다.
의정부 가능동에서 도봉산역을 지나 서울 종로 5가까지 왕복 45.2㎞를 오가는 106번 시내버스 노선은 지난 1971년부터 운행한 '서민 노선'이다. 서울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버스 18대가 12~15분 간격으로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오는 8월 3일 폐선하겠다고 통보받았다. 당장 발이 묶일 서민들은 막막하다. 의정부 시민들은 폐선 철회 탄원서를 내고 피켓까지 들었다. "53년 동안 일상에 뿌리 깊게 내린 '시민의 발'이자 지역사회의 일부분"이라고 호소한다.
서울시가 폐선을 예고한 노선은 106번만이 아니다. 542번(군포 부곡~서울 신사)·704번(양주 장흥~서울 중구)·773번(파주 교하~서울 은평)·9714번(파주 교하~서울 중구)까지 총 5개 노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는 "한정된 예산과 차량 여건을 고려해 신설 노선을 만들려면 기존 노선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체노선을 마련할 때까지라도 유예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냥 아주머니,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2012년 생전의 노회찬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탑승객을 일컬어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라며 아픔에 공감했다.
의정부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경기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체 노선 마련에 머뭇거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3월 한 인터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을 돕겠다는데 진심"이라고 했지만 지금 그 진심은 보이질 않는다. 과연 폐선을 결정하면서 새벽 버스 한번 타본 적 있는지 의문이다. 고단한 서민들이 찾을 때 행정은 어디에 있는가.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