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결과 참여 의사 5% 불과
일당처럼 바로 현금 받지 못하고
다음해에 탈락 걱정 등 이유 다양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다음번에 탈락하면 어쩌죠? 전 마음 편히 폐지를 줍는 게 좋아요."
인천 부평구에서 폐지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모(65)씨는 하루에 많아야 1만원을 벌지만, 구청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는 참여할 마음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사회 활동 참여와 생계 지원 등을 위해 낙엽 쓸기, 스쿨존 교통 안내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김씨는 "1년짜리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가 재활용품을 내주는 가게들과의 인연이 끊기면 어떡하냐"며 손을 내저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전국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이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인천시는 이 조사에서 파악된 폐지 수집 노인 885명 중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584명과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한 노인은 약 5%(30명)에 불과했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보건복지부의 계획과 달리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길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폐지 수집이 더 익숙해서'(37.9%)',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선호해서'(14.8%) 등의 응답이 많았다.
김씨처럼 1년 단위인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탈락할 것을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다. 20년째 부평구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는 양모(91·여)씨는 "3년 전에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선정돼 낙엽을 쓰는 일을 했는데 다음 해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다시 폐지 줍는 일을 해야 했다"며 "적은 돈이라도 매일 번 돈으로 그날 반찬거리, 라면 등을 사 먹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배재윤 연구위원은 "폐지 수집 노인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신청할 경우에는 가점을 주는 방식을 확대하거나, 더 많은 사람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노인들의 개별 욕구에 맞춰서 일자리를 안내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