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호망 강화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고통 속에
교권보호 5법 국회 개정 모두 마쳐
정당한 지도, 학대 아니도록 명시
악성 민원 노출 여전… 효과 의문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신입 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그는 평소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괴로워했는데, 학교 안팎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 교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등에 교권 보호 방안을 촉구했다. 서이초 교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당시 교사들의 외침은 교육정책에 얼마나 반영됐을까. → 표 참조
■ 교권 보호 5법 개정
당시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을 위한 법적 보호망으로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 보호 5법' 개정을 요구했다.
국회는 서이초 순직 교사 사십구재가 있던 지난해 9월부터 그해 12월까지 5개 법을 모두 개정했다. 이에 따라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더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교사가 학생의 수업 방해 등을 제재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게 됐다.
또 아동학대로 신고되더라도 교사가 홀로 소명하는 것이 아닌, 교육감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 경찰 등은 이를 반드시 참고하도록 했다.
이외에 가해 학생 또는 학부모와 피해 교원 즉시 분리, 악성 민원 처리를 학교장·원장이 담당, 교권 침해 사안 발생 시 교육청 차원의 형사 고발 등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항이 법에 명시됐다.
■ 민원 창구 일원화와 교권보호위원회 개선
인천지역 교원단체는 유명무실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선하고 교사 개인이 악성 민원에 대응하지 않는 체계 마련 등을 인천시교육청에 촉구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4 교육활동보호 매뉴얼'을 최근 발간했다. 그동안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들의 요청에도 열리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이를 폐지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 실효성을 높인다.
앞서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인천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교육청이 직접 각종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활동 보호 대응팀'을 신설하고, 올해 1월 이 대응팀을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 보호 담당관실'로 승격시켜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 그럼에도 남은 과제들
표면적으로는 교원단체들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교사 개인은 여전히 악성 민원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응 부서가 각 학교가 아닌 인천시교육청에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의 폭언과 폭행 등을 피하기 어렵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7월16일자 8면 보도=서이초 사건 1주기, 10명 중 6명 "교권강화 체감 못해")에서도 개정된 교권 보호 5법 시행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덜고 학부모의 협박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됐는데, 조사를 제외한 대부분 업무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즉시 분리·지도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인천 한 초등학교 교사 황모(45)씨는 "대책만 나왔을 뿐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보니 학교 여건상 지켜지지 않거나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