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임기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인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처럼 인식했다. 생리대 광고 카피에서조차 월경을 '그날' 또는 '마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플로(flow·흐르다)이모가 찾아왔어', 프랑스에서는 영국군이 붉은 군복을 입었다는데서 유래해 '영국 군대가 상륙했네',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익었어'라고 표현한다. 이외에도 딸기주간, 체리데이, 대자연의 날, 안네, 달의 꽃, 달의 은혜 등등 나라별로 월경을 일컫는 별칭이 5천개가 넘는단다.
2016년 사회적 충격을 던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월경이라는 단어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황급히 생리대 지원사업을 내놨다. 그해 여성가족부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해 생리용품을 지원했다. 낙인효과 우려에 2019년부터는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전환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2021년 최초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17만4천여명에 이어 올해부터는 외국인 여성 청소년까지 총 22만3천여명에 월 1만3천원(최대 연 15만6천원)이 경기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도내 21개 시·군 11~18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접수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지난 2022년부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년째 18세로 한정하고 있다보니 "보편 지원이 아니라 차별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시의 당초 계획대로 2025년까지 인천지역 11~18세 여성 청소년이 경기지역과 동등한 월경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여성은 13세 전후 초경 후 약 30~40년 동안 월경을 한다. 초경이 시작되고 평균 한 달에 5일 40년간 월경을 한다고 볼때, 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생리대는 1만개에 달한다. 그만큼 생리대는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생필품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기에 '월경 빈곤'에 처한다면 학습권과 행복권까지 위협받는다. 월경은 여성에게 필연이자 생명력의 상징이다. 초경부터 완경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겪을 권리가 있다. 월경은 누구나 소외 없이 축복받아야 할 인생여정의 하나다. 월경권은 인권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