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내하라'는 일방적 요구는 한계
갈등 해소위한 효율적 예방책 시급
지작사 '드론봇 페스티벌' 좋은사례
대책마련 시점… '천천히 서둘러야'
군은 지난 20일 대북 심리전 수단인 최전방 지역 확성기를 사흘째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대북 확성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 동안 계속됐다. 앞서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지난 18일부터 대북 확성기를 틀었다. 북한은 지난 5월28일 이후 총 8차례에 걸쳐 오물과 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보냈다. 대남 선전물에 대한 보복조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돌아선 건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다. 정부는 지난달 5일, 9·19 군사합의 효력 전면 중지를 선언했다. 북한의 선제적 효력 정지에 맞선 것으로, 남북이 적대적 국면으로 전환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다. 이에 따라 군사적 위기관리와 정부 대응 방식도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체결한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에서 전면적인 적대행위를 금지한다. 구체적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중지, 감시 초소(GP) 시범 철수,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충돌 방지 등이다. 이에 근거해 지난 5년 동안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해 활발한 긴장 완화 노력이 전개돼 왔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연대급 이상 군사훈련 재개를 앞두고 가장 큰 복병은 경기 북부지역 주민과 갈등이다. 지난 5년 동안 군사훈련 중단에 따라 주민들은 군부대 이동에 따른 소음과 교통 체증, 분진, 생활 불편을 덜었다. 이 기간 동안 군 관련 민원도 급감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군사훈련 재개에 따른 민원 발생이 불가피해 선제적 갈등관리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군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전방 지역에서 확성기를 전면 가동하고, 군사훈련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는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확성기 방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정권은 오물 풍선을 비롯한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당시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핵심 내용에 포함할 정도다. 군사훈련을 포함한 우리군 대응도 격화될 수밖에 없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예상되는 갈등관리는 현안 가운데 하나다.
화력시범과 군사훈련 재개에 따라 민원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민원 대비책 마련은 핵심이다. 물론 육군은 평소 민군 친화적인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지난 5월24~26일 지상작전사령부가 주관해 양주 가납리 비행장에서 열린 드론봇 페스티벌은 좋은 사례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 무기 체계를 선보이는 행사는 지역주민과 함께 함으로써 주목받았다. 군은 행사기간 의장대 공연, 무술 시범, 축하 비행과 함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먹거리 장터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군사분계선 일대 주민들은 평소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안보 불안을 느낀다. 안보 중요성을 고려해 지역주민들에게 감내하라는 일방적 요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보 중요성에 공감할지라도 생활불편을 덜어주려는 노력은 군 당국 몫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대신 갈등관리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 지난 5년 동안 중단됐던 사격훈련과 기동훈련이 재개된다면 생활민원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갈등관리는 선제적 예방이 훨씬 효율적이다. 다행히 군은 육군본부나 군단 급에 상생협력실을 비롯한 갈등관리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하급 부대와 협업한다면 전문 인력과 예산 지원도 가능하다. 군사훈련 재개를 포함한 군 대응이 실효를 거두려면 민군 갈등해소는 절대적이다. 지금이라도 선제적 갈등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접경지역 주민들 불안을 덜어주고, 효율적인 갈등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은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