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로 노동자 23명 희생
안전교육 제대로 했다면 참사 막아
유가족, '이주노동자 관리 중요성'
정부·사회에 촉구 중요한 시작점
더 이상 불행 없도록 변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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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생전 연이 닿아본 적 없는 사람들의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영정 사진을 보며 목놓아 우는, 또 그마저도 하지 못해 마른 울음으로 가슴만 치는 유가족들을 만난다. 영정 사진 속 사람들이 잡아줘야 할 손을 내가 잡고, 안아주고, 같이 운다. 그렇게 아리셀 화재참사 유가족 곁을 지키고 있다. 6월24일 리튬전지를 취급하는 아리셀이란 회사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로 23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이주노동자였다. 낯선 땅에 이주해 의지할 곳이 필요해서였을까. 희생자 중에 가족, 친척 관계인 사람이 많았다. 부부가, 이종사촌이, 자매가 동시에 세상을 떠났다. 부고를 들은 가족들이 중국에서, 라오스에서 입국했다. 낯선 도시에서 세상을 떠난 가족은 찬란했던 생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희생자들이 일했던 아리셀은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했던 위험한 일터였고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부재했다. 자신들 때문에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유가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 없다. 23명이 사라졌는데도 사과하지 않는 회사, 문제가 많은 회사를 관리 감독하지 않는 정부. 외국에서 온 유가족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매년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늘고 있다. 이주노동자 취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앞으로도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처럼 이주노동자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예방대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안전교육 강화는 주요한 예방대책 중 하나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언어가 다르기에 위험 상황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터에서 취급하는 물질이나 작업 과정의 위험성,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한 안전교육이 정주민보다 더 철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을 대충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리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리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 몰랐다고 증언했다. 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리셀은 빈번하게 화재가 발생한 사업장이었음에도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2021년부터 3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회사의 자율에 맡겨진 안전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리셀 참사는 한 악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처해있는 보편적인 현실이었다. 그래서 아리셀 참사의 해결이 중요하다.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제대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 필요한 안전대책도 함께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리셀 참사는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이 정부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시작이기도 하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온다는 건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는 것, 연결된 삶들이 함께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안전대책에 소홀해서는 안되며 노동자의 인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알려주고 있다.

몇 해 전 한쪽 손이 절단된 이주노동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20대의 젊은 노동자는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한쪽 손을 잃었다. 손을 앗아간 프레스기의 안전장치는 꺼져 있었고 그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다.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안전교육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한쪽 손을 두고 온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리셀 유가족은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그들의 기억이 비극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