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의 최대 화제는 센(Seine)강이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수상 개막식 무대이자, 일부 수상종목 경기장인데 최악의 수질로 국제적인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강물에선 악취가 나지만 강변엔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다. 오르세미술관 덕분이다. 파리 3대 미술관으로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과 '만종'을 비롯해 신고전주의와 인상파 대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센강의 경기장보다 미술관을 찾는 올림픽 관광객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1973년 문 닫은 기차역이 1986년 미술관으로 부활했다.
서구에선 용도와 수명이 다한 공공시설이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재탄생한 사례가 허다하다. 영국 브리스톨 대영제국박물관 역시 철도역사였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변신은 더욱 극적이다. 템즈강변의 낡은 화력발전소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피카소부터 백남준까지 근현대 작가 작품을 한데 모아 놓으니, 단번에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성지가 됐다.
우리에게도 철거와 보전 사이에서 고민이 깊은 근현대건축물이 즐비한데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는 빈약하다. 국회의사당,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인 조선총독부 건물은 결국 철거됐다. 서울 한복판에 일제의 상징을 리모델링해 유지할 수 없었다. 반면에 서대문형무소는 일제에 저항한 순국선열의 얼을 되새길 역사관으로 태어났다. 구서울역사는 복합문화시설로 보전됐지만 유무형 문화콘텐츠는 부실하다.
인천시가 지난 19일 상상플랫폼을 개관했다. 1978년 인천내항 8부두에 건설된 아시아 최대의 곡물창고(폭 45m, 길이 270m)를 인천시가 복합문화 관광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인천시가 2016년 철거 대신 리모델링을 결정한 이유는 도시재생이었다. 기능이 축소된 인천내항과 인근 지역 쇠퇴를 막을 문화부흥의 중심에 상상플랫폼이 있다.
문화의 힘은 강력하다. 오르세미술관과 테이트 모던은 쇠락한 지역을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변신시켰고, 광명시는 폐광산을 리모델링해 도시의 보석으로 만들었다. 상상플랫폼이 인천 구도심 재생의 중심이 되려면 대표적인 문화콘텐츠가 있거나, 상상플랫폼 자체가 문화적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맥강(맥주·닭강정)파티나 워터밤파티도 좋지만, 상상플랫폼의 명칭에 걸맞은 매력적이고 고유한 문화적 콘텐츠를 발굴해낼 문화적 상상력이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