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추진 국회 개정안 논란
피해자 요건 '자연인'으로만 규정
내국인 한정 세부지원 배제 우려
대책위, 국토부에 누락 사유 질의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제출하는 권영진·김은혜 의원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위원인 권영진 의원(간사)과 김은혜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의안과에 당론으로 발의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7.15 /연합뉴스

22대 국회에서 양당이 발의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에 접어든 가운데(7월19일자 4면 보도=[뉴스분석] 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차이는), 정부·여당안이 피해지원 대책 대상에 외국인을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법률 사각지대에 놓여 각종 지원에서 배제된 외국인들은 정부가 차별 없이 동등하게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뒤집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지난 15일 당론 발의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서 피해자 대상 요건을 현행법 그대로 '자연인'으로 규정하고 외국인을 별도 명시하지 않았다. 반대로 야당 당론 발의안에서는 피해자 요건을 '외국인을 포함한 자연인'으로 구체화했다. 여당 발의안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을 기초로 해 '정부·여당안'으로 간주된다.

외국인 피해자들은 특별법에 외국인이 특정되지 않으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자연인도 법률적으로는 국적 구별 없는 모든 인간을 뜻하지만, 세부 지원책과 연관된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침이 대상을 내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탓에 결과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부·여당안에 담긴 피해 회복 방안도 지금껏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여당안은 국가가 피해주택을 먼저 사들인 뒤 경·공매를 대신 진행해 지원하거나, 최대 2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피해자가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국가(LH)에 양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외국인은 우선매수권을 양도할 권리가 없어 초기 단계부터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수원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외국인 A씨는 "건물 전체 12세대가 피해자로 인정됐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LH에 양도되지 못했다"며 "나머지 11세대는 모두 LH가 매입해 후속 지원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최대 2년까지 지원되는 긴급주거지원 임대주택 대상은 가능하지만, 전셋방에 살던 외국인들은 대개 10년 이상 장기비자로 거주하며 이미 터전을 잡은 경우가 다수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외국인은 이날 기준 전국 306명이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가 자체 집계한 경기도 외국인 피해자 수는 150여명에 달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논의 과정에서 약속한 외국인 대상 지정 부분이 왜 법안에서 누락됐는지 정식으로 질의를 접수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세금 등 법적 책임은 똑같이 적용되면서 지원책에서만 다른 기준으로 배제되는 건 형평성이 떨어져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