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이긴 원외 후보의 승리 원인은
맹성규, 권리당원 투표서 역전 당해
지역정가, '정치팬덤' 선거에 영향
'고, 24시간 상근' 열의 주효 분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구청장 출신 원외 후보가 3선 중진을 꺾었다. 지역 조직력, 인지도 측면에서 원내 인사보다 열세로 평가받은 원외 후보가 시당위원장 자리에 오르게 되자 현장에서는 "이변이 연출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에 따른 결과였다.
민주당 인천시당이 지난 20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정기 당원대회를 열고 시당위원장 경선을 실시한 결과, 고남석 전 연수구청장이 3선 현역 맹성규 국회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이번 투표는 권리당원 80%, 대의원 20% 비율로 실시됐다. 2년 전 시당위원장 선거(권리당원 50%, 대의원 50%)와 비교해 권리당원 표심 반영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는 맹 후보가 301표로 고 후보(208표)를 앞섰지만,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는 고 후보가 6천179표, 맹 후보가 5천129표를 얻으며 결과가 뒤집혔다. 고 후보는 최종 득표율 51.89%를 얻어 맹 후보(48.11%)를 3.78%p 차로 이겼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 팬덤'이 인천시당 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재명이네 마을' 등 친명(친 이재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맹 후보를 '수박'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으로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이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당내 인사들은 보고 있다.
친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맹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행보를 보였지만 당원 여론이 바뀌지 않은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맹 후보는 '이재명과 박찬대가 선택한 국토교통위원장'이라는 구호로 선거에 나섰지만 시당위원장 입성에 실패했다. 민주당 한 중진급 의원은 "맹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우호) 관계에 의심은 없지만, 당원들은 맹 의원보다는 고남석 후보를 '(이 전 대표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로 나선 고 후보가 맹 후보보다 당원들에게 절박함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 후보는 "대세에 편승한 친명이 아닌 지난 14년의 세월이 증명하는 이재명의 동지"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또 "24시간 인천시당에 상근하겠다"는 열의를 보여준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독주를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인천시당 운영에서도 '당심'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조직을 잘 갖추고 관리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당원들의 마음을 잡는 인사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반면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손범규 위원장 취임 후 지역 조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동 반경을 구축했다. 인천지역에서 양당의 이 같은 변화가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성호·유진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