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네 명의 대표 후보와 9명의 최고위원 후보가 겨룬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내일 막을 내린다. 그동안의 전당대회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만큼 누가 대표로 선출되어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하더니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논란', '댓글과 여론조성팀 존재 여부', '공소 취소 부탁' 등의 이슈들이 관통했던 전당대회였다. 지난 총선 패배와 향후 국정동력 회복, 건강한 당정 관계 방안 등에 관한 건설적인 논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급기야 합동연설회에서 여당 전당대회 사상 처음으로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역대급 참패를 겪고 비상대책위를 꾸렸지만 변화와 쇄신을 추동하지 못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들어서게 될 새로운 체제에 임무를 넘겼다. 전대는 향후 보수가 나아갈 길은 물론 지난 총선 패배의 원인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혁신과 변화를 추동했어야 했다. 그러나 성찰과 반성은커녕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네거티브가 전당대회 전 과정을 관통했다.
느닷없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경위와 경로를 알 수 없지만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은 엉뚱하게 한 후보 때문에 김 여사가 명품백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번지면서 후보들 간에 소모적 비방전을 야기했다.
당정이 수직적 관계를 면치 못하고 여권 내 권력지형에서 상호 견제와 비판이 사라지면서 여권의 지지율이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은 야당에 17%p 차로 대패했다. 당시 강서구청장 선거는 22대 총선의 전초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여권은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총선 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당권 후보들은 해병대원 특검 수정 제안을 대통령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리게 했다. 해병대원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도 이를 무시하고 당심만을 의식한 지극히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아닐 수 없다. 당권을 누가 잡든 당 대표를 또다시 흔들어서는 보수의 미래가 없다. 보수가 건강하지 않으면 진보 역시 건강할 수 없다. 친윤 주류가 새겨야 할 사실이다. 여당의 향후 진로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