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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이육사(1904~1944)의 절창 '청포도'가 그러하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 화자가 고대하며 기다리는 청포를 입은 손님이 육사의 정치적 멘토이자 독립투사였던 윤세주(1900~1942)임을 밝히는 연구도 있다. '청포도'는 당시와 고전에 해박했던 이육사의 소양을 고려하면 당시의 영향이 스며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보의 시 중에 "맑고 푸른 강 위를 나는 새는 더욱 희고/푸른 산의 꽃이 타는 듯이 붉구나/이 봄이 가는 것을 또 보게 되니/어느 날 고향에 돌아가리오"라는 오언절구가 있다.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기와 승에서는 푸른색과 흰색 그리고 푸른 산과 붉은 꽃을 등장시켜 색조가 선명하게 대비되도록 하는 기법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당시는 처음 기와 승에서 풍경을 제시하고 전과 결 부분에서 화자의 감정과 의도를 드러내는 경정(景情)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육사의 '청포도' 또한 푸른 청포도와 청포(靑袍) 그리고 은쟁반과 하얀 모시 수건처럼 색조를 대비시켜 둔 다음, 정치적 동지를 기다리는 시인의 속마음과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역시 당시의 '경정 구조'를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육사의 '청포도'와 호응을 이루는 시가 한 편 더 있으니 김달진(1907~1989)의 '청시(靑 枾)'가 그것이다. '청시'는 푸른 감이라는 뜻인데, 그가 '시인부락'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1940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시집도 있다. '청시'에서 말하는 6월은 음력일 가능성이 높아 양력 7월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푸른색이 보여주는 청량함과 짙푸른 생명력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배수아의 소설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1995) 역시 색채 이미지를 잘 활용한 문제작이다.

푸른색은 칠월의 색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폭우와 장마 속에 간간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난폭한 더위는 칠월의 푸르름과 계절의 낭만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위협요인이다. 충남의 수박 재배 산지가 60% 이상 침수 피해를 입어 수박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폭우로 인해 상추와 채소 가격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칠월의 싱그러움과 여름의 낭만은 문학작품에나 나오는 먼 얘기가 돼가고 있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