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 재산권 침해 등 반발 여전
'근대유산 몰린' 중구도 체감안돼
"단순 완화 지양… 조화가 중요"
인천시의 지정문화유산 일대 개발행위 등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 실행(6월11일자 1면 보도=인천 '市지정 문화유산' 규제 면적 대폭 축소) 이후 찬반 양측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불만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천시 지정문화유산(이하 시지정유산) 89개 중 55개를 대상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반경 500m에서 300m로 줄인 것만 가지고는 규제 완화 실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편에서는 일률적 규제 완화가 문화유산 주변 난개발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실질적으로 규제 없어졌다는 시지정유산 '묘역'… 현장 반응은 '시큰둥'
인천시는 이번에 대상이 된 시지정유산 55개 중 일반묘역 9개의 경우 건축행위 허용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구역에 있더라도 문화유산 관련 규제가 아닌 인천시 도시계획조례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실질적으로 문화유산 관련 규제가 없어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연수구 영일정씨 동춘묘역의 경우 주민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문화유산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선명석 동춘묘역 문화재(문화유산) 해제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규제가 완화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를 지으면 '묘지 뷰'가 된다"며 "영일정씨 동춘묘역 때문에 집값도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동춘묘역은 일반 문화유산과 달리 무허가 묘지에 불법으로 묘지가 이장된 곳"이라며 "문화재 지정 및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무효확인 등 행정소송을 비롯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는 계양구 작전동 '영신군 이이묘'도 포함됐다. 계양구 관계자는 "영신군 이이묘 인근에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원래도 영신군 이이묘 영향권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있어 사업에 큰 지장은 없었다"며 "그 외에 재개발이 추진되거나 하는 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근대문화유산이 몰려 있는 인천 중구 역시 이번 규제 완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앞서 지난해 중구의회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규제 철폐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구도심 지역 발전 및 주민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역사문화 환경 보존지역 규제를 철폐하라"고 했다.
이종호 중구의회 의장은 "규제 완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만 외곽 경계가 500m에서 300m로 축소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시지정유산마다 구역들이 겹치기 때문"이라며 "주민 재산권 침해에 따른 인센티브나 혜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 "문화유산 규제 완화, 단순 접근 안 돼… '조화' 중요"
전문가들은 문화유산 인근에 적용되는 규제 면적을 좁히기만 하는 단순한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 만연한 개발지상주의와 규제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설 것"이라며 "이럴 경우 문화유산 인근 경관(스카이라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형식적으로 자로 재듯이 규제 면적만 줄이는 행정은 근시안적 행정"이라며 "건축물이 문화유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문화유산 반경 100m, 200m, 300m 등 구간별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규제 현실화'에 초점을 두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등 규제를 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현실과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현실화한 것이다. 이 정도 규모로 규제를 완화한 경우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봤을 때 많지 않다"며 "올 하반기에는 나머지 문화유산(34개)에 대해서도 후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