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독도 앞에선 '애국자'
日 방위백서 통해 또 영유권 주장
정부, 항의했지만 다른 언급 없어
사람들 태극기 품으며 감격하는데
우리 외교언어 당당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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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유치환의 시 '울릉도'(1948)에는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이 펼쳐갈 역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한 점 섬 울릉도'는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존재하는 '국토의 막내'로 형상화되어 있다. 온전한 민족공동체를 소망하던 시인의 의지가 '장백의 멧부리'라는 표현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말하자면 저 북방에서 시작된 우리 영토의 줄기가 남녘의 한 섬에서 완결된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이다. '창망한 물굽이'에 떠있는 고독하고 연약한 섬 울릉도의 소망과 그리움이 조국의 역사에 대한 애달픈 사랑으로 전이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울릉도에서 동남쪽 뱃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도와 서도로 나뉜 독도가 당당하게 서있다. 지난 7월2일부터 사흘간 울릉도에 머물렀다. 첫날 비가 오긴 했지만 다행히 독도를 향하는 배가 떴다. 비록 밟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독도를 바라볼 수 있었다. 뱃전 어디선가 '홀로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손 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싱어송라이터 한돌은 신형원의 '불씨', '유리벽', '개똥벌레'를 작곡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작사·작곡하였는데, 이 노래는 전통 아리랑 선율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음색을 담은 가사로 호평을 받았다. '독도'라는 아스라하고 가슴 아린 기표를 우리 목소리 안으로 들여온 명편인 셈이다. 오늘도 거센 바람을 맞고 있을 '동해바다 외로운 섬'은 금강과 설악의 맑은 물이 한꺼번에 와닿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언제쯤 하나가 될지 알 길이 없다. 이때 독도는 자연스럽게 '백두산 두만강'과 '한라산 제주'를 동시에 소환하면서 '홀로 섬에 닻을 내리고/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는 다짐으로 이어져간다. 그렇게 '홀로 아리랑'은 독도의 상징성을 한없이 늘려주었다.

정현종의 '섬'(1978)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하는 2행의 짧은 시편이다. 외따로운 낭만적 공간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가닿을 수 없는 섬이 우리 안에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그 '사이'를 그리워하지만 만약 섬에 도달하기라도 한다면 어느새 '사이'를 잃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그 섬'은 가고 싶어하면서 영원히 갈 수 없는 꿈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이 실존의 대명제는 우리 모두 섬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구나 그리워하고 열망하지만 스스로는 섬에 갈 수 없음을 암시해준다.

울릉도 도동항 앞에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이 새겨진 노래비가 있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후렴구가 민족주의적인 의지를 선사하여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애창하는 노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이나 예술가들도 '독도'라는 기표 앞에는 한없이 왜소해지면서 자신도 애국자임을 독도에 의탁하여 호소하곤 한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얼마 전에도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에 또 다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다. 정부가 바로 항의했지만,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와 민생토론회 자료에 독도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일본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려는 정부 입장이 독도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어쨌든 사람들은 독도를 바라보면서 태극기를 품은 채 노래 부르고 울먹이며 감격해한다. 그 감격의 구체적 형태로 우리의 외교 언어가 굳건하고 당당해지기를 바란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에게서 한없는 외로움을 느끼면서, 하지만 당당하고 성스러운 기운을 또한 느끼면서, 다시 또 '그 섬'에 가고 싶었던 비 오는 날이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