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화물 적어 선사들 개설 꺼려
수도권 대부분 화주 부산항 이용
업계, 적극 마케팅으로 유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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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천 신항의 한 컨테이너 터미널. /경인일보DB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미주나 유럽으로 향하는 원양항로는 1개에 불과해 추가 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인천 항만업계에 따르면 인천항 정기 컨테이너 항로 66개(한중카페리 항로 10개 포함) 중 미주나 유럽 등 아시아를 벗어나 운항하는 원양항로는 HMM(옛 현대상선)의 미주 항로인 'PSX' 서비스 1개에 불과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까지 운항하는 정기항로가 2022년 운항을 중단하면서 인천항의 원양항로는 1개만 남게 됐다. 동북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항로가 대부분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제벨알리로 가는 중동항로가 격주로 인천항에 기항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항에 원양항로가 없는 탓에 수도권 지역 화주들은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0만원 이상의 육상 물류비용을 내고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한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화주들은 인천항에서 수출입을 하고 싶어 하는데, 원양항로가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부산항 컨테이너 항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항에 원양항로가 부족한 이유는 미주·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물동량은 많지만, 수출하는 화물은 적기 때문으로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입 화물보다 수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선박 내 화물적재공간을 비워두고 출항할 가능성이 높아 선사들이 항로 개설을 꺼리고 있다.

화주들도 부산항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컨테이너 화물은 정해진 시간에 운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계획했던 선박이 결항하더라도 대체 선박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부산항에서 화물을 수출입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컨테이너 운임까지 급상승하면서 인천항의 원양항로 개설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천의 한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인천항은 부산이나 중국 상하이 등 글로벌 허브 항로에 벗어난 지역에 있다"며 "인천항에 들르려면 이틀 이상이 필요한데, 이 시간에 다른 항만에서 화물을 조금이라도 더 싣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선사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천항에 원양항로를 개설하고자 문의하는 선사도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수도권 물동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선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 원양항로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미주항로도 처음 개설될 당시에는 물동량 확보 우려가 컸지만, 최근 선박 크기를 늘릴 정도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천항에 원양항로가 개설되면 충청도 지역 공업단지의 수출 물동량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79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전년 대비 5.5% 늘어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