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전기차 화재용 질식소화포4
22일 오후 의왕시 고천동 택시쉼터 부근 주차장에 전기차 화재시 초기진압 도구인 차량화재용 질식소화포 함이 설치 돼 있다.2024.7.2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최근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로 인해 '배터리'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자동차 화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진화가 어려운 배터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용 초기 진압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지하주차장 충전소에 대한 안전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도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지난 5월 12만7천여대로 2019년 5월 8천549대에 비해 14배 이상 늘었으며 충전시설도 10일 기준 9만9천218곳으로 2019년 12월 1만871곳보다 9배 증가했다. 덩달아 최근 5년간 도내 전기차 화재도 늘고 있다. 2019년 1건에서 2020년 3건, 2021년 6건, 2022년 12건, 2023년 21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전기차량과 인프라 관련 화재가 늘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 하나의 셀에 불이 나면 도미노처럼 다른 셀로 옮겨붙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진압이 어렵다. 지난달 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의 경우 22시간 만에 꺼졌고, 지난 1월 안양 만안구 버스차고지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버스에서 발생한 화재는 8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도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설치·구비는 미미하다.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나 물과의 직접 접촉으로 인한 발열·폭발 등을 예방하는 'D형 금속 소화기'를 갖춘 충전시설은 거의 없다. 관련된 소방시설 법령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경기도의회가 안전시설과 화재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조례 발의를 준비했으나 답보상태다.

충전소 위치도 문제다. 7월 10일 기준 도내 충전시설 9만9천218곳 중 67.9%가 아파트에 설치됐으며 대부분 지하주차장에 있다. 지하의 경우 전기차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 배출이 어렵고 컨테이너수조가 달린 소방차를 활용해 진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충전구역 설치 땐 편의성보다 안전에 중점을 둔 대책이 필요하다. 또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건물 안과 밖, 지하주차장 등을 구분한 별도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탄소중립 시대 전기차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얼마나 더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텐가. 정부와 지자체는 배터리 화재에 맞는 철저하고 신속한 정책으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