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도장 찍을 법한 TV 프로그램
시간·돈 들여 양육 뽐내는 SNS…
예비 양육자들에겐 모든게 부담
소소한 기쁨 누릴 양육환경 절실
우선 여러분들은 '양육'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양육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발간된 '인구 변화 대응 아동수당 정책의 재정 전망 및 개선 방안' 보고서(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에 의하면 자녀가 없는 신혼 가구의 경우에 월평균 14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는 실제로 드는 양육비보다 다소 상향된 결과를 나타냈다. 물론 본 조사는 연구 대상이 적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는 데에는 조심스럽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양육비의 부담에 대해서 다소 부담 혹은 매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80% 이상으로 나타나 양육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실제' 부담 뿐만아니라 '인식'의 부담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인가? 우선, 온라인 상에서 '보여지는' 양육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SNS와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양육은 이미 일반적인 범주 양육의 선을 넘은 지 오래되었다. 초창기 양육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순한 맛이었다. 미혼 연예인들이 영유아를 돌보거나, 쌍둥이 자녀들의 양육의 고단함과 기쁨,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을 오픈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양육의 긍정적인 측면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을 비춰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에서 가족을 다루고 있으나 하루에도 여러번 웃음이 나오는 가족이 아닌 지금 당장 신고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서로를 학대하는 부모·자녀 관계, 이혼 도장을 찍어도 여러번 찍었을 법한 부부 아니면 발달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치료가 시급한 방치된 아동의 모습 등 정말 저러한 일이 누군가의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청자들은 순한 맛 가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더 자극적인 매운 맛 가정을 찾아 영화를 보듯이 이를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SNS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경쟁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돈과 시간을 들여서 양육을 하고 있는 지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기에 몇몇 소수의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이에 중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호캉스를 갔다면 어느 호텔에, 어느 방에, 어떤 브랜드 옷을 입고, 어디에서 밥을 먹었는지 등 정말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여지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무슨 감정을 느꼈으며, 아이가 어떠한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고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등 도저히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SNS에 올릴 수도 없고, '좋아요'를 받기는 글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모든 미디어에는 광고가 있고 협찬이 따라 붙는다. 그들은 보여지는 육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인데, 아무 대가를 받지도 않는 일반인들까지 이 늪으로 급속히 빠져든 것이다.
물론 독박 육아를 해야하는 현 시점에서 모두가 외롭고 이를 소통을 통해서 해소하고자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보여지는 양육을 하기 시작하면 그 이상으로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비약적일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앞으로의 예비 양육자들에게 이 모든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모든 개개인이 자신의 소소한 삶 속에서 가족끼리 공유하는 기쁨을 조용히 누릴 수 있는 양육환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이며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때 양육의 긍정성이 곧 출산율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