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강풍 피해 빗발치던 당시에
쓰러진 취객 맡아 병원 이송 처리
거절 가능하나 현장서 실행 어려워
"생활민원 '110'으로 연락 바람직"


인천소방본부 119상황실
기상특보가 발효되는 장마철에 119신고·출동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소방대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호우·강풍 피해 신고가 빗발치던 지난 23일 오전 1시께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로 "누군가 길가에 누워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실의 긴급 전파를 받은 소방대원들은 즉시 출동해 인천 미추홀구 한 인도에 쓰러져 있는 3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신속한 구조가 필요한 응급환자가 아닌, 취객이었다. 소방대원들은 곯아떨어진 그를 깨워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는 대표적인 '비(非)응급환자' 119신고·출동 사례다.

소방당국은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술에 취한 사람(강한 자극에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거나 외상이 있는 경우 제외), 열이 나지 않는 단순 감기·치통 증상자, 긴급하지 않은 검진 또는 입원 목적의 이송 요청자 등을 비응급환자로 구분하고 있다.

호우·강풍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수시로 발효되는 장마철에는 119신고와 소방대원들의 현장 출동이 급증한다. 이런 시기에 비응급환자, 생활민원 등의 신고는 긴급 구조 현장의 소방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

A씨 신고가 접수된 이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는 화재, 구조, 구급 등을 포함해 총 2천243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대원들은 밤새 빗물에 잠긴 주택과 도로로 출동해 배수 작업을 하거나, 쓰러진 가로수를 치우는 등 진땀을 빼야 했다.

119종합상황실 관계자는 "긴급하지 않은 주취자라도 '길에 누워있다' 등의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기상특보로 119신고와 출동 건이 급증할 때에도 일단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을 보면 A씨와 같은 비응급환자나 단순 민원에 대한 구조·출동을 소방대원들이 거절할 수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신고 내용만으로는 비응급 상황으로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사체 처리 등 생활민원은 정부 민원안내 콜센터 '110'으로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방당국은 말벌에 쏘일 수 있어 벌집 제거가 필요하거나 들개들이 출몰해 위협을 받는 상황 등에는 신속히 출동하지만, 동물사체 처리 신고 등이 접수되면 관할 지자체 관계부서로 넘겨준다. 검진 또는 입원 목적의 이송 요청자에게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119상황실에 대응 인력을 평소보다 늘려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생명에 위협이 없고 직접 수시간 내에 병원 방문이 가능한 비긴급 상황이라면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