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속가능성 요구 거세지만
수요 둔화·美 하반기 대선 '변수'
애리조나 배터리 3공장 건설 중단
트럼프 보호무역시 수출 타격 전망


a323.jpg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정문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임금·단체협약 교섭 타결이 무산된 한국지엠 노사가 향후 생산 계획과 고용 안정화 방안 등을 놓고 재협상을 벌여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하반기 미국 대선 결과 등이 한국지엠 정상화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에 따르면 2024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 전체 투표 인원 6천609명 중 3천441명(52.1%)이 반대표를 행사해 부결됐다. 반대표가 많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임단협을 앞두고 2027년 이후 생산 물량에 대한 확약을 받겠다고 밝혔는데, 교섭 과정에서 이를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노조는 2개 차종(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산 시기가 종료되는 2027년 이후 생산계획에 대해 미래차 전환과 신차 도입 등 구체적 내용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잠정합의안에는 미래 차량에 대한 도입 기회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문구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이 이번 투표를 통해 한국지엠의 뚜렷한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면서, 노사는 재협상을 통해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한국지엠은 불리한 조건을 마주하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인해 내년까지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계획을 준비하고 있던 GM이 최근 들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100만대 전기차 생산계획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겠다고 시사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3공장의 건설도 최근 일시 중단했다.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 수정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담겨 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나서면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정책도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는 파리협약(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 탈퇴와 화석연료 관련 투자 증대를 통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전환 제도를 무력화할 준비에 나섰다.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내 자동차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미 대선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 영향'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1기 정부는 미국 외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한 전례가 있는데, 재집권할 경우 한국이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지엠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엠은 (지난해 기준) 국내 생산 물량의 91.8%가 미국에 수출돼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