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 없이 배를 띄우는 건 활주로 없이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과 같다. 인천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그런 형국이다.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미 사업 허가를 받은 덴마크 국영기업 오스테드를 비롯해 국내 발전전문 공기업 한국남동발전, 국내 민간기업 컨소시엄 굴업풍력개발, 해상발전 전문 글로벌기업 오션윈즈와 알더블유이(RWE) 등 여러 사업주체들이 인천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중이다. 이들의 계획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오는 2030년 이후 인천 앞바다에서의 예상 해상풍력발전 용량은 6천200㎿에 이른다. 그런데 이 사업을 뒷받침해 줄 기반시설인 인천의 해상풍력 전용항만 조성은 '딴 나라 얘기'다.
가장 앞서가는 오스테드의 경우 오는 2026년 착공,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굴업풍력개발 역시 비슷한 시간표를 갖고 있다. 제때라면 2026년, 늦어도 2027년부터는 전용부두와 배후단지가 건설돼야 한다는 얘기다. 풍력발전시설 공사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가 모이고 공급되는 베이스캠프의 기능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설비 특성상 관련 기업들의 집적화가 가능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해상풍력 전용항만의 인천지역 내 조성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전용부두 건설이 검토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충남 보령 신항과 전북 군산항이 대표적이다. 해상풍력 부품 제조업체들도 자연히 그곳에 자리 잡게 된다는 의미다. 인천으로선 인천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거점을 타 지역에 내어주는 셈이다.
풍력발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는 인천을 해상풍력 발전사업 집적단지 조성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는다. 다양한 해상풍력 계획 추진과 항만시설, 해상풍력에 활용 가능한 제조·물류산업 생태계, 인천시의 강력한 의지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런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려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역할을 적절히 나눠 협력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지금 인천시가 할 일이란 해상풍력 전용항만의 필요성과 인천지역 입지의 타당성을 해수부에 잘 설명해 이해시키는 것이고, 해수부가 할 일은 인천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계획을 내년에 수립될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건설적인 협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