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의 대립으로 개원식도 열지 못한 22대 국회가 개원 두 달이 됐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 대립은 헌정 사상 최악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야당의 입법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복되고 야당의 탄핵과 특검 공세는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직무대행이 사퇴함으로써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의 상임위원이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사흘 동안 이어졌지만 청문회 내내 여야의 극한 대립만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고, 야당은 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MBC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12일 이후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여당과 친정부 성향의 경영진으로의 교체를 막으려는 야당의 계산이 이러한 꼼수와 편법을 결과하고 있다. 방송4법이 야당의 의도대로 통과돼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심사하겠다는 청문회가 열렸으나 예상대로 사실상 무의미한 회의 모습만을 보여줬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여권은 대통령 거부권을 또 행사할 것이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도 발의할 태세다. 민주화 이전은 별개로 하고 민주화 이후에 지금같이 여야가 상호 적대적 행태로 일관하고 정치는 간 데 없이, 보수 진보 양대 진영의 극한 정쟁이 이렇듯 최고조인 적은 없었다.
한국 정치에서 적대적 공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국가행정기구의 사실상 마비 상태를 초래하고, 특검과 탄핵, 입법 강행과 거부권 행사가 정치의 일상이 된 초현실적 상황이다. 대결 정치의 폐해는 심각하다. 내각제 국가였으면 정부 불신임과 국회 해산이 당연히 뒤따랐을 것이다.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경선 때 제안했던 채상병 특검의 제3자 추천 방안을 고민하면서 시동을 걸어야 한다. 여당도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당론을 모아가야 하고, 야당도 무조건 자신들이 발의한 내용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안되면 상설특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채상병 수사 결과가 곧 나오겠지만 야당은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여권이 특검 자체를 거부하는 건 한계가 있다. 현실과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야당도 이에 협력하면서 극한 정쟁의 모순을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