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머리칼, 제복을 입은 그녀 무대 위로… 나, 오스칼이 돌아왔다
남자로 살아온 귀족집 딸… 프랑스 혁명의 시대 '자유·사랑·인간애' 다뤄
내적갈등·주체적 삶 '성장서사' 집중… 페르젠 대신 앙드레 역할 무게
황금빛의 긴 머리칼, 큰 눈과 다부진 입매, 제복을 입고 허리에 칼을 찬 그녀 '오스칼'.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2년 일본에서 첫 연재를 시작해 50년의 세월을 머금은 작품이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가문을 위해 남자로 살아가야 했던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었던 프랑스 혁명의 시대에 있다. 단순한 순정만화가 아니었던 작품은 역사를 바탕으로 자유와 사랑, 인간애를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뤄냈다.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영화, 애니메이션,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대중들을 만나온 '베르사유의 장미'가 세계 최초 상연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 오스칼 역에는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캐스팅됐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오스칼에 대해 정유지는 '완벽한 캐릭터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유지는 "굳이 꼽는 오스칼의 결핍이라고 한다면 태어나 정해진 대로 살고, 군인과 남자처럼 키워진 부분이었다"며 "보통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많이 하지만 오스칼은 그 선택마저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극은 로맨스보다 오스칼이라는 인물의 성장에 집중했다. 귀족의 수탈로 굶주린 백성들을 보며 내적 갈등을 겪는 넘버 '베르사유의 장미', 타인의 인형이 아닌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자 다짐하는 넘버 '나 오스칼' 등에서 캐릭터의 고뇌와 고민은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펼쳐진다.
앞서 선보인 EMK의 작품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시대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처럼 극은 완전히 다른 중심축을 가지고 있다.
옥주현은 "피바람이 불었던 시대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드라마틱함은 말로 설명되지 않을 것"이라며 "희생이 따르는 일에 죽음을 각오하며 같이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는 원작에서 나오던 페르젠의 역할이 없다. 대신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오스칼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앙드레의 역할에 무게가 실렸다.
앙드레 역의 이해준은 "오스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녀 옆에서 그림자와 공기처럼 있는 존재"라며 "오스칼을 지켜준 사람들, 국민을 지키고자 하는 오스칼, 작품의 주제는 결국 '사랑'이다. 사랑이 많이 사라진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은 귀족의 신분을 가진 오스칼의 시선으로 프랑스 혁명을 바라보며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스칼과 앙드레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서도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면면까지 비중있게 그려내고자 했다.
프랑스 혁명기에 귀족을 상징하는 금색 무대 장식과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소품은 평민들의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또 극에 적잖이 등장하는 높은 난도의 넘버들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듯하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