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언 따라 한국행…
태극마크 달고 국제무대서 '승승장구'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온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귀중한 은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을 마치고 난 허미미는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에까지 나가서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워온 애국가를)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선 꼭 부르고 싶다"고 4년 뒤를 기약했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 국적 아버지와 일본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처음 도복을 입은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전일본 중학유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2021년 돌연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었다. 유언의 내용은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것.
그렇게 경북체육회에 입단한 허미미는 2022년 2월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독립 운동가인 허석 선생의 5대손이기도 하다. 허석 선생은 1918년 경북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만기 출옥 후 사흘 만에 별세했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