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 '내게 다정한 사람'
다양한 인물화·인물상 작가 14명 참여
주변인 그린 수묵화·나의 기계 엄마 등
"공감·공명 실천 휴머니즘 예술로 승화"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예술의 기원이자 예술의 영원한 주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내게 다정한 사람'은 현대미술이 표현한 다양한 인물화와 인물상을 모았다.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인천아트플랫폼 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전시 주제가 극명히 드러나는 작품들을 만난다. 모델 없는 인물화를 그린 변웅필의 'SOMEONE' 시리즈의 함축적 얼굴들 맞은편에는 가까운 이들을 그린 이의재의 아주 정밀한 수묵화 작품이 있다.
그리고 이들 작품 사이에 범진용이 커다란 캔버스 천 위에 동료 작가들과의 즐거운 한때를 그린 '취한 낮'과 주변 인물을 그린 작품들을 배치했다. 세 작가가 다정한 시선을 주고받는 것 같은 구성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전진하려는 자세를 한 양모 소재의 조각인 김순임의 '비둘기 소년'은 영웅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모델은 동유럽에서 뉴욕에 정착한 이민자 청년이라고 한다. 하얗고 부드러운 소재의 조각에 깃털이 더해져 한결 가벼워 보인다.
2층 전시장에서는 노진아의 인공지능(AI)으로 대화하는 두상 '히페리온의 속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카메라 센서와 마이크 등을 탑재한 '히페리온의 속도'는 관람객이 다가가면 눈을 맞추고 어떤 질문을 던져도 재치 있고 수준 높은 대답을 내놓는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관람객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 옆에 있는 노진아의 '나의 기계 엄마' 또한 엄마처럼 따뜻한 말을 건네는 AI 기반 로봇이다. 인간과 기계는 감정 소통도 가능할까. 관람객들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작가 1939년생 윤석남의 '벗들의 초상' 연작은 작품 속 동료 화가, 시인, 가수 등 여성들의 표정과 함께 그들이 있는 각각의 공간(그들의 방)에도 눈길이 간다.
폴리머 클레이라는 색깔 점토를 섞어 뭉치거나 늘렸다가 주물러 붙이는 함진의 조각 작품들은 손톱 크기부터 손가락 크기까지라고 해야 할 정도로 초소형이다. 이 작은 작품들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몸을 낮추고,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게 만들면서 엄청난 기운과 폭넓은 에너지장을 형성한다고 전시 기획자는 설명했다.
사진작가 김태동이 기록한 인천의 고려인 마을 '함박마을'의 낯익은 주민들 사진을 지나면 진 인이 나래의 '쿠킹 비디오' 연작을 볼 수 있다. 음식 만들기 영상으로 난민과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장성은의 사진들은 앞서 만난 김태동의 함박마을 사진과는 결이 다른 '설정 사진'이다. 케이크를 감싸안은 여성('Wouned cake')처럼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이영리 팀장은 전시 서문에서 "생태계의 독보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나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감과 공명을 실천하는 휴머니즘, 친화력을 장착하고 협력적 관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유전자 속 다정함을 키워가며 진화해 온, 그리하여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의 후손인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다. 전시는 9월29일까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