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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을 일부 존치하기로 정해졌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부평 미군기지내 조병창 건물. 2024.6.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행위가 이번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도 재연되었다. 일본은 애초 사도광산의 등재 범위를 16~19세기 중반으로 제한하여 조선인 징용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려 했다.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강제노역이 이뤄진 시기를 포함한 전체 기간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전시공간에 '강제징용'을 의미하는 표현은 제외하는 술수로 유네스코와 한국을 기만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노역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양해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강제노역을 '모집에 의한 자발적 노동 행위'로 왜곡한 것을 우리 정부가 용인한 셈이다.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나가사키현 군함도는 조선인 1천여 명이 징용된 곳이지만, 일본 정부는 탄광업 발전 등 산업적 측면만 부각하며 역사적 진실을 외면했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을 '모집에 의한 자발적 노동 행위'로 왜곡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한국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존치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린다. 역사는 거울에 비유되듯 역사적 유산은 대부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투시하기 위한 것, 곧 교훈과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다. 자랑하고 계승할 유산도 중요하지만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를 환기하는 유산도 중요하다. 이런 유산을 '어두운 역사'라 하고 이것을 이용하는 것을 '다크 투어리즘'이라 부르고 있으나 '역사교훈 유산'이 더 사실적이다.

인천은 도시 전체가 역사유산이다. 지난 수년간 캠프마켓 반환을 계기로 부평의 인천육군조병창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계속돼 왔으나 최근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지상에 잔존물인 병원 건물을 중심으로 보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산곡동 일대에 산재하고 있는 수십 개의 지하시설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인천공장의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미쓰비시 줄사택 등을 함께 보존하여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한다. 인천육군조병창은 일제의 아시아와 대륙 침략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군수공장으로 지역이나 국가를 뛰어넘는 세계유산적 성격을 지닌 장소이다. 따라서 그 보존과 활용도 국민적 관심 속에서 논의되고 역사교훈 유산으로 가꾸어 나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