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파리 올림픽 유도에서 가장 무거운 체급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한 덩치하는 선수들이다.
이런 덩치들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 남아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있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이자 세계 랭킹 1위, 올림픽 랭킹 1위인 김민종(23·양평군청)이 주인공이다.
김민종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 영웅’ 테디 리네르(35)에게 허리후리기로 한판패로 졌다.
김민종은 비록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장 184㎝, 체중 135㎏인 김민종은 다른 선수들과 체중은 엇비슷해도 서양이나 중앙아시아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이번 올림픽 랭킹에서 상위 10명 가운데 김민종보다 키가 작은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김민종이 긴 팔로 거리를 벌리고 긴 다리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꺾기 위해선 3가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경기 내내 순발력을 유지하는 체력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작전 ▲열세에 침착할 줄 아는 멘털이라는 것이다.
김민종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준비했다. 그는 경기 내내 빠른 발을 유지하기 위해 매번 경기를 바로 앞두고 식단 조절에 들어간다. 평소 135~136㎏을 유지하는 김민종은 경기에 들어가기 직전이 되면 2~3㎏이 빠진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개막 한두 달 전 약 135㎏이었던 김민종의 체중은 전날 계체량에서 133.8㎏이 기록될 정도로 빠졌다. 이는 순발력과 직결돼 김민종은 여러 변칙적인 발기술을 사용하며 신체적인 우위의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상대를 괴롭히다가 빈틈이 보이면 김민종은 김민종은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린다. 남들은 보통 하나 꼽기도 어려운 주특기를 김민종은 업어치기, 빗당겨치기, 어깨로메치기 등 3가지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다.
여기에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성장한 멘털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2019년부터 재작년까지 3위만 9차례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4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거두며 우승에 대한 맛을 보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김민종은 경기를 준비하고 풀어나가는 법을 몸으로 익혔고, 결국 올해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우승했다.
김민종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대를 이어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3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부터 체격이 남달랐던 김민종을 유도장에 데려갔고, 물 만난 김민종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 상패를 싹쓸이했다.
보성고 3학년이던 2018년 12월 태극마크를 단 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선배 김성민을 꺾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획득했다.
김민종은 경기 후 “금메달을 따지 못해 너무 아쉽다. 역사를 썼다고 하기에는 숙제가 많은 것 같다”면서 “유도를 시작하면서 꿈이 올림픽 금메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메달은 하늘을 감동하게 하면 받는다’라는 생각에 열심히 훈련했는데 아쉽다”면서 “하늘이 덜 감동한 것 같다. 이 정도로는 부모님만 감동하지, 하늘은 감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하늘을 감동하게 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때는 확실하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