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화성시, 체재비 등 6억여원 지원
구상권 청구하지만 법적 근거는 미미
백서 활용한 정부에 법 개정 건의 요청
부족한 ‘유가족 목소리 반영’ 해결 숙제

3일로 화성시 리튬공장 화재사고가 발생 40일을 맞는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1분께 화성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경기도는 ‘체류신분과 상관없는’ 전방위적인 유가족 지원과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40일이 지난 지금, 진상규명과 이주노동자 대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불만이 경기도를 향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부터 유가족 지원, 제도 개선까지의 진행 상황과 남겨진 과제를 짚어본다.
■ 경기도 지자체 최초 긴급생계안전비 지급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일 화성 화재사고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긴급생계안정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고 피해자 31명 가운데 사망자 23명의 유족에는 550만원, 중상자 2명에는 367만원, 경상자 6명에는 183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총 1억4천482만원의 긴급생계안정비가 예비비로 편성됐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긴급생계안정비를 지원하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지만 사고의 비극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재 사고 희생자가 대부분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항공료·체재비 등의 지원도 약속했다.
이는 재해구호기금의 명목으로 지원되는 것인데 화성시는 화재 발생 직후인 지난 6월 27일 응급구호비·숙박비·급식비 등 항목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도는 총 5억3천500만원을 교부했다.

화성시는 행정안전부·경기도를 통해 교부받은 예산과 시비 등으로 유가족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긴급생계안정비와 체재비 등은 추후 화성시가 아리셀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다.
물론 이들의 체재비 지원은 영구적일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화성시가 지원하고 있는 유가족 중 직계 유족 이외는 법적 지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지난달까지였던 유가족 체재비 지원을 이번달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구상권 청구의 불확실성과 감사 시비가 걸릴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중앙정부에 제도 건의 요청하는 ‘종합보고서’와 유가족 이야기까지 담을 ‘백서’
도는 사고의 원인, 대응 과정, 재발 방지 대책까지 종합보고서와 백서로 제작한다.
아직 유가족과의 협의와 장례 절차 및 수사결과 등이 남아있는 상황이기에 다음달까지는 재발 방지 대책 위주의 종합보고서부터 만들 계획이다.
이후 연말까지 유가족 대응 사례 등을 모아 백서를 제작·배포할 방침이다. 백서는 종합보고서보다 광범위하게 화재 발생부터 수습, 유가족 지원 과정 등의 내용을 담는다.
이를 위해 도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집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산업안전·화학물질·이주노동자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이 참여했다.
특히 도는 백서를 통해 꾸준히 중앙정부에 건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근로 사업장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권한은 중앙정부만 가지고 있어 경기도는 권한 이양을 요청해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의 면담,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건의 안건으로 제출했지만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 뿐이었다”며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한다면, 지자체별 상황이 달라 격차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화재 사고로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이번 백서에 관련 내용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는 지난달 신설한 이민사회국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교육·문화 등 분야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그럼에도 이어지는 유가족 반발
지난달 23일 민주노총과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는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에 사측과의 교섭 조율 및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이들은 서울노동지청,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기도의 성급한 발간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재 진상 규명이 요원한 상태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백서는 무엇을 담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아리셀 사측과 당사자들 간의 문제니 개입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며 “김 지사의 자화자찬 수준에서 벗어나 본인들이 가장 무거운 책임의 당사자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계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쌓이고 있는 유가족들의 불만은 경기도가 풀어내야할 숙제다.
유가족들은 한차례 더 경기도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5일 김 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