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_-_오늘의창.jpg
강기정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경기도는 크다. 최남단 안성시부터 최북단 연천군까지 족히 150㎞는 가야 한다. 그래서 경인일보 같은 경기도 지역 언론사들은 보통 각 시·군 전담 기자를 둔다. 그렇게 군포 전담 기자로 온 게 3개월이다. 이 도시의 첫 인상은 규모에 비해 전철역이 많다는 것이었다. 인구 25만명 도시에 전철역이 6개. 인구 수가 2배 이상인 안양시 전철역 수가 7개인 점을 고려하면 전철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군포시 역사를 되짚어보면 도약의 순간엔 철도가 있었다. 1905년 개설된 경부선이 군포장역(지금의 군포역)에 정차한 게 도시의 산업과 교육이 움튼 원동력이 됐다. 이후 전철 시대가 열리며 1호선이 운행됐고 산본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4호선까지 지역을 누볐다. 하나 둘 늘어난 철도와 함께 도시는 성장했다. GTX 정차가 예정돼있고 신분당선 연장까지 추진하는 만큼 앞으로도 지역 발전을 철도가 견인할 전망이다.

전철역이 모두 지상에 있다는 점 역시 깊은 인상을 줬다. 전철을 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 옆 철로가 나란히 놓여있거나 아예 차로 위에 철로가 개설돼있다. 철도가 땅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다보니 도시 개발에도 한계가 생겼다. 한때 도시 성장을 견인했던 철로는 모순적이게도 성장의 정체 요인으로 작용한다. 10년 넘게 군포시가 인근 도시들과 함께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추진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연남동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은 경의선의 지하화 때문이다. 열차가 멈춘 철로 주변에 숲이 생겼고, 녹음을 좇는 청년들을 따라 '힙'한 가게들도 모여들었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빗대 연트럴파크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철도 지하화 및 철도 용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10월 말까지 지하화를 추진할 철도 노선을 제안 받아 연말 선도적으로 시행할 노선을 정하게 된다. 군포시도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땅 밑으로 내려간 전철은 성장이 멈춘 군포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까. 군트럴파크를 그려본다.

/강기정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