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곳 프로그램, 진로 탐색 '조준'… 꿈을 향한 첫발
연수 'KSLS사격전문교육센터'
코치 지도 수준별 실습 "어렵지 않고 재미"
인천대입구역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
자신의 특기 살려 병역 이행… 군복 착용도
이틀간 3774명 발길… 특수학생 행사 먼저 진행
센터, 학생 기회 격차 해소 군·구 10곳 운영 지원
인천 연수구에 있는 'KSLS사격전문교육센터'. 코치가 보내는 사격 신호에 맞춰 학생들이 일제히 표적을 향해 조심스럽게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제법 신중하게 한 발씩 쏠 때마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점수를 확인하며 영점을 다시 맞췄다. 10발 사격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각자의 기록지를 보며 친구에게 자랑하거나, 혹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찾아간 KSLS사격전문교육센터는 우리나라 레이저 사격의 보급과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사격 강습은 엘리트 선수들만 받는다거나, 아이들이 하기에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시교육청의 진로체험처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수준별 사격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날도 인천지역 초등학생 19명이 2시간 동안 사격 체험을 했다.
"이렇게 제대로 사격을 해본 것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밌었어요." 이날 사격 체험을 한 오서윤(인천신정초4)양은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사격을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뿌듯해했다.
오양의 어머니 임혜림(37)씨도 "사격 강습이 가능한 센터가 주변에 있어 레슨을 등록할까 고민 중"이라며 "평소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확인해서 진로체험처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진로 탐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오후 2시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대입구역 지하 1층 개찰구의 맞은편에 있는 '인천병무지청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에서도 색다른 진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센터는 대학생 등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특기로 병역을 이행하고, 미래까지 계획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날은 특별히 인천지역 중학생 20명과 함께 직업으로서의 군(軍)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학생들은 인천의 역사적 사건인 '인천상륙작전' 관련 영상을 시청하며 그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해군 모병관이 참석해 학생들에게 해군이 하는 일, 직업으로서의 해군, 군인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 등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센터에 준비된 군복을 직접 입어보거나, 우리나라 군 관련 퀴즈를 풀어보기도 했다. 이후에는 센터 내 '사격 존(zone)'에서 사격대회가 열려 학생들의 흥미를 더했다.
박지승(연성중3)군은 "아직은 군대나 병역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연평해전 등 관련 영상을 보면서 해군에 관심이 생겼다"며 "나중에 해군에 지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윤주아(인천정각중3)양도 "학교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직접 인천사이버진로교육원 사이트에서 신청했다"며 "평소 군인이나 군대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알게 돼 만족한다. 다른 진로 체험 프로그램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은 인천시교육청 진로교육센터가 인천 10개 군·구 진로체험지원센터, 청소년 대상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인증기관(진로체험처)들과 함께 마련한 '2024년 인천 현장 직업체험의 날'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는데, 여기에 동참한 인천지역 진로체험처는 KSLS사격전문교육센터와 인천병무지청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비롯해 총 75곳이나 된다.
인천시교육청 진로교육센터는 인천지역 진로체험처를 발굴·관리·지원하고, 학생 대상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각 군·구가 운영하는 10개 진로체험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이 기관들을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진로체험처를 활용해 학생들의 진로 체험 기회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는 인천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처음으로 센터나 학교가 아닌 진로체험처에서 진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이 기간 진로체험처를 찾은 학생은 3천774명에 달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4~18일에는 인천지역 특수학교 8곳에서 직업체험의 날을 열어 특수학생 198명이 다양한 진로 체험 활동을 하도록 도왔다.
인천시교육청 진로진학직업교육과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진로 탐색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진로체험처를 활성화해 인천만의 진로교육 자원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진로체험처를 발굴해 지정하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