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까지 2개월 안팎 소요 일반적
수차례 진행상황 문의에도 불명확
전문가도 "이례적인 일" 의구심


"힘없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임금체불 피해를 받은 우리 노동자들의 고통에 무신경한 것 같아 속상합니다."

노동당국이 1억원이 넘는 임금체불 사건을 1년 넘게 끌다가 처리해 해당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모(74)씨는 직장 동료 30여 명과 함께 지난해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에 임금체불 관련 고소장을 냈다. 이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A사 소속으로 일하는 동안 한 사람당 300만~400만원씩 총 1억5천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일하는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들을 정리해 증빙자료를 노동청에 제출했다"며 "고소장을 낼 때만 해도 지금까지 조사가 지연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들은 마음 고생하거나 생활고를 겪었다. 김씨는 "동료 중 1명은 병원비가 부족해 대출까지 고민한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 다수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이라 임금체불은 곧 생존에 위협을 주는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노동청은 임금체불과 관련된 고소장을 접수하면 사실관계와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한다. 임금체불을 사실로 판단하면 해당 회사에 지급을 지시한 후 응하지 않으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2개월 안팎이 소요된다.

차일피일 사건 처리가 지연되자 김씨 등은 노동청에 진행 상황 등을 수차례 문의했다. 하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노동청은 김씨 등이 고소한 지 1년4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조사를 끝내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김씨는 이마저도 몰랐다가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는 "담당 감독관에게 여러 차례 조사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를 물었으나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것도 알려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 관련 전문가들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의아해 했다. 노무법인 돌꽃 김기홍 노무사는 "업체가 조사에 지나치게 비협조적이거나 사건을 담당한 감독관이 급작스럽게 교체되는 등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면서도 "이런 변수를 고려해도 보통 임금체불 건으로 조사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청 담당 감독관은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자(기자)에겐 사건 내용에 대해 말해주기 어렵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어 "절차에 따라 접수 사건을 처리했다"고 김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