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완화 정책 실효성 의문

연이은 폭염에 냉방기 이용이 필수인 상황에서 도내 번화가 곳곳의 매장들과 대형쇼핑몰에서 문을 열고 냉방기를 작동하는 '개문냉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인들은 개문냉방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점을 알면서도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문냉방 매장의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고 냉방했을 때에 비해 66%가량, 냉방을 포함한 전기요금은 33%가량 증가한다. 개문냉방을 지속할 경우 전기요금이 훨씬 가중되는 셈이다.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지난 2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 곳곳엔 상당수 점포들이 문을 연 채 영업중이었다. 300m에 달하는 거리에 늘어선 매장 중 18개 점포가 개문냉방을 하며 손님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0대)씨는 개문냉방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길 꺼린다는 이유로 본사에선 매장 문을 열어두라고 지시한다"며 "그러면서도 본사는 전기요금 부담을 이유로 냉방기 온도를 올리거나 불필요한 전기 사용은 줄이라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대형쇼핑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웃렛 내 등산용품 매장 등 일부 점포는 문을 활짝 연 채 고객을 맞고 있었다.
점주들은 전기요금 부담에도 손님을 끌어들이는 게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야탑동의 베이커리카페 점주 이모(36)씨는 "문을 열고 빵냄새를 퍼뜨리는 게 손님을 모으는데 효과적이라 문을 열고 장사할 때가 많다"며 "1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는 게 이득 아니겠느냐"고 했다.
냉방수요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는 연매출 6천만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상인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씨는 "수도권 도심에서 연매출 6천만원 이하의 매장이면 사실상 장사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라며 "정부가 정말 소상공인들을 도울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