區, 인증 소상공인에 최대 300만원
저지대 상습침수 수년째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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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인천시 서구 왕길동의 한 제조업체에서 지난달 쏟아진 폭우로 침수되었던 작업장의 물을 퍼올리고 있다. 2024.8.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장맛비가 쏟아진 지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연일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녹슨 기계를 닦거나 바닥에 고인 물을 연신 퍼내는 이들이 있었다. 장마철 수해를 입은 인천 서구 왕길동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 직원들이다. 공장 앞은 빗물에 젖은 제품과 포장용 종이박스 더미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시간당 최대 40㎜가 넘는 폭우가 몰아친 지난달 17~18일 제조업체 공장 등이 모여 있는 이 일대는 저지대여서 피해가 컸다. 비가 내린 지 2주가 넘도록 이곳 업체들은 흙탕물을 닦고 퍼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5~26일에는 서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나와 복구 작업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한백산' 오정환(55) 대표는 "이 지역이 상습 침수구역이라 빗물을 막으려고 5년 전에 사비를 들여 70㎝짜리 담벼락을 쌓았는데 소용이 없었다"며 "올해 장마를 앞두고 이 담을 1m로 높였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인근에 있는 차량 정비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업체는 고객들이 맡긴 차량들이 침수되면서 5억~6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사무실도 물에 잠겨 차량 관련 부품과 사무용품 등을 못 쓰게 됐다.

강진구(41) 붕붕모터스 대표는 "침수된 차량은 폐차 처리하기로 했고, 우리 업체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며 "매번 침수 피해를 겪었는데 올해가 가장 뼈아프다. 이곳에서 더는 장사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침수 자재 방치
지난 2일 오후 인천시 서구 왕길동의 한 제조업체에서 지난달 쏟아진 폭우로 침수되었던 자제가 방치되고 있다. 2024.8.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일 담당 구청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 인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최대 300만원까지 침수 피해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더위와 씨름하며 복구작업을 얼추 마친 침수지역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혹여라도 태풍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입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 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김모(47)씨는 "지난달 장마 때 공용배관에서 역류한 물이 집 안에 가득 찼다"며 "사비 80만원을 들여 공용배관을 수리했는데, 구청에선 사유지라 지원할 방안이 없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17~18일 내린 장맛비로 반지하 주택 등에서 15건의 침수 피해가 났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수해를 겪은 가구와 1층·반지하 등 저층 주택 1천769가구의 물막이판(차수판) 설치를 지원했다. 이는 저지대에 있어 물막이판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인천지역 반지하 주택(2천939가구)의 60% 정도다.

/변민철·이상우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