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상습침수 수년째 노심초사
"장맛비가 쏟아진 지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연일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녹슨 기계를 닦거나 바닥에 고인 물을 연신 퍼내는 이들이 있었다. 장마철 수해를 입은 인천 서구 왕길동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 직원들이다. 공장 앞은 빗물에 젖은 제품과 포장용 종이박스 더미 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시간당 최대 40㎜가 넘는 폭우가 몰아친 지난달 17~18일 제조업체 공장 등이 모여 있는 이 일대는 저지대여서 피해가 컸다. 비가 내린 지 2주가 넘도록 이곳 업체들은 흙탕물을 닦고 퍼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5~26일에는 서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나와 복구 작업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한백산' 오정환(55) 대표는 "이 지역이 상습 침수구역이라 빗물을 막으려고 5년 전에 사비를 들여 70㎝짜리 담벼락을 쌓았는데 소용이 없었다"며 "올해 장마를 앞두고 이 담을 1m로 높였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고 씁쓸해했다.
인근에 있는 차량 정비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업체는 고객들이 맡긴 차량들이 침수되면서 5억~6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차량뿐만 아니라 사무실도 물에 잠겨 차량 관련 부품과 사무용품 등을 못 쓰게 됐다.
강진구(41) 붕붕모터스 대표는 "침수된 차량은 폐차 처리하기로 했고, 우리 업체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며 "매번 침수 피해를 겪었는데 올해가 가장 뼈아프다. 이곳에서 더는 장사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5일 담당 구청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 인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최대 300만원까지 침수 피해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더위와 씨름하며 복구작업을 얼추 마친 침수지역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혹여라도 태풍 등으로 또다시 피해를 입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 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김모(47)씨는 "지난달 장마 때 공용배관에서 역류한 물이 집 안에 가득 찼다"며 "사비 80만원을 들여 공용배관을 수리했는데, 구청에선 사유지라 지원할 방안이 없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17~18일 내린 장맛비로 반지하 주택 등에서 15건의 침수 피해가 났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수해를 겪은 가구와 1층·반지하 등 저층 주택 1천769가구의 물막이판(차수판) 설치를 지원했다. 이는 저지대에 있어 물막이판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인천지역 반지하 주택(2천939가구)의 60% 정도다.
/변민철·이상우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