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폭염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천546명에 달한다. 올 들어 사망자는 4일 기준 13명으로 늘었다. 6월 1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가금류 등 가축 25만7천483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4일 여주 점동면은 전국기준 5년 만에 기온 40℃를 기록했고, 당일 서울·울산에서는 프로야구 두 경기가 취소됐다. 폭염 취약계층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
지난달 쿠팡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던 50대가 사망하고, 밭일하던 고령의 농민들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60대도 열사병에 쓰러졌다. 매해 여름이면 건설 현장·쪽방촌·운송·농어업·급식 등 사회 곳곳에서 에너지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서민들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걱정에 에어컨 전원 버튼 누르기를 망설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올여름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매시간 10분씩, 35℃부터는 15분씩 휴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무용지물이다. 몸이 힘들면 각자 알아서 요령껏 눈치 보며 쉬는 수밖에 없다. 노동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돼 있는 '작업중지권'을 폭염 등 기후환경에도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21대 국회에서 폭염·한파 등에 취약한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지자체의 작업중지명령권이나 사업주의 작업중지 대피 의무를 담은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22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이상 기후로 인한 폭염은 연례적인 기후 현상이 됐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의 재현을 우려하지만 앞으로는 해마다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인천시와 각 시군은 재난 도우미 운영, 독거노인 에어컨 설치, 이동노동자 쉼터 지정, 살수차 투입 등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여전히 불안하다. 모든 국민이 폭염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탄탄하고 촘촘한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뒤늦게 쫓아가는 대응이 아니라 앞서가는 속 시원한 정책이 필요하다. 폭염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재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