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근본 원인은 '업무 과다'
'검수완박'으로 어깨 더 무거워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지로 몰아
일그러진 수사 구조 신속 보완
참극 막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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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주일새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모두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예산경찰서 소속 경찰(경비과)을 제외하고는 수사 관련 부서 소속이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2019∼2023년) 극단적 선택(고의적 자해로 숨진) 경찰관은 총 113명으로 연평균 22.6명, 한 달에 1.9명씩 자살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6월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사망자의 46.4%는 지구대·파출소에서 나왔고 그다음 수사, 경무, 경비 순이었다. 경찰직협은 근본적인 원인은 '업무 과다'에 있다고 봤다. 업무 과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 조직 개편, 성과 압박, 소통 문제 등 3가지를 지목했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4월28일 발간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22년 경찰공무원은 13만1천명으로 경찰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393명으로 업무 부담은 결단코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26일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숨진 경찰관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에서 "초임 수사관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으며 압박받아 왔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업무가 폭증했다. 검사 지휘를 받으며 수사하던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업무 부담이 늘었다. 특히 '검수완박'으로 경찰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고 이러한 무거운 짐을 떠안은 경찰의 부담을 덜어 줄 대책도 미흡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고 있지만 이를 조율할 시스템도 미흡하다. 피해자는 한없이 늘어지는 처리에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고 민원인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경찰에게 쏟아지고 있는 구조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분위기다. 장기사건 비율이나 치안 고객만족도 등 관련 지표를 산출하기 위한 '현장점검'이 담당 경찰관들의 신체적·정신적 압박을 가중한다는 불만이다. 일주일 단위로 몇 건의 사건을 해결했는지 실적 통계를 내야만 하는 것도 지나치다. 게다가 평가 하위 10%에 들지 않기 위해 팀장들도 팀원을 닦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휴일도 반납하고 초과 근무를 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초임 경찰관들을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도 미흡하다. 급기야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근원적 해법 마련을 위해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릴 것을 긴급 지시했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와중에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내근 직원 등 2천900여 명을 기동순찰대로 발령해 치안 현장에 투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연히 수사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 현장 부담까지 늘었다는 불만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간첩 수사까지 경찰이 전담하게 됐다. 경찰의 안보 수사 인력과 역량으로는 무리라는 지적에도 지휘부에선 '경찰은 본래 안보 수사 기관'이란 주장으로 일축했다.

정부는 성과압박을 과감히 줄이고 업무 과중 해소를 위한 특단 대책을 강구할 것은 물론 수사 인력을 조속히 확충하고 일그러진 수사 구조를 신속히 보완하는 것만이 경찰의 잇따른 참극을 막을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