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의정부 비즈니스 콤플렉스(UBC)'를 중심으로 한 의정부역세권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한 설명이다.
김 시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의정부역 주변 상권은 하향곡선을 그린지 오래다. 시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역사 건물로 동편과 서편이 단절된 동선은 그리 보행자에게 친절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반대편으로 가려면 계단 산을 넘거나 지하 도보를 지나야 하는 환경은 불편을 야기할 뿐만아니라 상권 활성화의 지표인 체류시간을 거꾸로 줄이는 요소다.
그 뿐인가. 그늘 한 점 없는 공원을 지나 만나는 행복로 상점가는 젊은이들을 모으기엔 낡고, 유행이 지난 것이 사실이다. 지하상가는 지하상가대로 접근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쇼핑하러 지하상가를 찾던 문화는 옛말.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아무리 표지와 홍보물을 확충해도 이용객이 줄어드는 추세를 막긴 어렵다.
의정부역 주변 상권의 쇠락은 과거 경기북부의 맹주였던 의정부의 현 주소를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시로 승격된 지자체. 주한미군 사령부와 핵심 전력이 위치해 수도 방위를 책임지면서 한국전쟁 후 돈과 사람이 모여들었던 의정부시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시민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도내 최하위권이고, 지자체가 스스로 재정을 충당하는 비율(재정자립도)은 23.2%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교부금에 의존해 살아오다 갑자기 그 액수가 줄어드니 유례없는 긴축재정을 해야만 했던 가난한 지자체. 세금 많이 낼 건실한 기업은 손꼽는데 예산의 55% 이상을 복지에 써야할 정도로 복지 수혜자는 많이 살고 있는 곳이 현재의 의정부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의정부역세권 개발 계획에는 의정부시의 재도약을 바라는 도시기획자의 고민이 녹아있다. 의정부역 일대를 비즈니스·교통·문화 중심지로 만들어 다시금 돈과 사람이 모이게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 반대로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있는 의정부의 상권이 GTX-C 개통과 함께 서울로 흡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의정부역을 활용해 도시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큰 틀의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아마도 시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구도심 특성상 넓은 면적을 대상지로 포함하긴 어려울 테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꿈도 못꿀 테다. 콤팩트시티(Compact city)가 최근 도시 개발의 흐름이기도 하지만, 지역 여건상 민자 유치를 통한 고밀도 초고층 복합개발 외에 선택지가 없었을 거란 얘기다.
시가 의정부역세권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후 지역정가에선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보는 사람에 따라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적어도 의정부의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정당한 비판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남부와 벌어지는 격차, 고양과 남양주 등 주변 대도시에 밀린 의정부시의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기대해본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