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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도쿄 올림픽에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 출전한 17세 신유빈은 진기한 경험을 한다. 단식에선 58세 탁구 최고령 선수인 룩셈부르크의 니샤렌과, 단체전 복식에선 폴란드의 한 팔 선수인 나탈리아 파르티카에게 한 세트 차로 겨우 이겼다. 파리 올림픽에서 '탁구 도사' 니샤렌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했고, 브라질 한 팔 선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경기장을 감동으로 수놓았다.

우리나라면 60대와 한 팔 탁구 국가대표가 가능할까. '안세영 사태'에 정답의 실마리가 있다. 안세영은 28년 만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뒤 코트에서 포효했고, 전 국민이 열광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포효가 환희가 아니라 분노였음이 밝혀지자 열광의 도가니는 싸늘하게 식었다. '분노가 올림픽 금메달의 원동력'이라며 배드민턴협회의 무능을 비판했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혹사하는 협회를 향한 누적된 불만을, 22세 안세영은 국가대표 반납으로 표시했다.

체육단체와 선수들 간의 갈등은 한국 스포츠의 고질이다. 동계올림픽 메달밭인 쇼트트랙은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에 선수들까지 휘말리며 악명을 떨쳤다.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가 26세에 러시아에 귀화해 소치 올림픽 3관왕 빅토르 안이 된 배경이다. 국대 여성 선수를 성폭행한 대표팀 코치가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박태환도 김연아도 종목 단체와 불화를 겪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스포츠의 주인공은 선수다. 정부, 체육단체는 선수 육성과 지원을 위한 행정기구일 뿐이다. 선수가 '갑'이고 행정이 '을'이어야 맞다. 현실에선 본말이 전도됐다. 국가대표 선발권을 지닌 체육단체가 갑질로 선수들을 지배한다. 배드민턴협회 임원이 비즈니스석에 앉고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처박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여자 배구대표팀이 김치찌개 회식을 한 이유다. 신세대 K-스포츠 스타들을 감당할 수 없는 586 스포츠 행정이다. 양궁의 성취가 특별한 건 한국 스포츠의 짙은 그늘 때문이다. 60대 국가대표와 장애인 국가대표? 요원하다.

안세영 사태에 대통령이 나서고, 정부가 진상조사를 약속하고, 배드민턴협회는 변죽을 울린다. 정답은 안세영이 이미 밝혔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길 빌어본다." 보태고 뺄 말이 없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