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원 '땅 잘본다'는 평판에
5공때 추진 독립기념관 터 찾아줘
현장서 전두환에 직접 '명당' 설명
'천안군 목천면 흑성산 아래' 결정
"全 보복 안당함… 그 덕 봤을것"

2024080901000095200008562

김예옥_출판인.jpg
김예옥 출판인
얼마 전 원로 건축가 김원(81)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젊은 시절 땅을 잘 본다는 평판으로 전두환이 추진하던 독립기념관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선생에게 이걸 글로 옮겨도 되겠냐고 했더니 "누군가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서 승낙을 해주었다.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전두환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지 않은 것에 늘 콤플렉스가 있었다. 당시 한창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그런데 어떤 간신배가 전두환한테 "우리나라에만 독립기념관이 없다. 독립기념관을 짓는다면 모든 이들이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독립기념관이 세워지면 나라의 역사를 정리할 테니까 그 정통성 시리즈에 5공을 살짝 집어넣어라. 그럼 정통성이 부여될 것 아니냐"고 한 것이다. 그러자 전두환이 "야! 진짜 괜찮구나"해서 당장 땅을 찾으라고 이진희 문화공보부 장관한테 지시를 내렸다. 서울과 대전 사이의 약 330만㎡에 대도시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국민 성금을 모금했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경쟁적으로 운동을 벌여 2달 만에 목표액 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당초에는 모금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땅도 못 찾고 설계도 안 된 상태에서 돈이 확보된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계속 문공부로 연락을 내려보내며 독촉하고 있었다. 당시 전두환의 명령이라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을 만큼 벌벌 떨던 때였다.

나는 그 전에 풍수를 하는 건축가로 소개되어 KBS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풍수가 미신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에 나는 풍수는 미신이 아니라 지구물리학이자 통계학이다, 땅에는 기운이 있는 것이다, 좋은 기운이면 사람이나 나라나 다 잘 된다라고 역설했다. 새파란 30대 건축가가 방송에서 구라를 푸는데 꽤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다.

독립기념관의 터를 찾던 문공부 직원이 방송을 보고 나를 찾아왔다. 당장 땅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주 쉽게 찾아주었다. 그동안 풍수책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땅을 정말 잘 찾았다고 생각한다.

땅을 찾았다는 보고가 올라가자 이진희 장관이 현장을 가보자고 해서 내가 동행, 흑성산 정상에서 구라를 풀었다. 그랬더니 청와대에 보고가 들어가 바로 그 다음 주 전두환이 내려간다고 했다. 이번에도 내가 동행했다. 이진희 장관이 나보고 전두환 앞에서 설명을 하라고 했는데 전두환은 그게 확 기분이 나쁜지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저기 보십시오"하면서 설명했다. 그러나 전두환의 얼굴에는 감동이 없었다. 저 멀리 산이 보이고 또 산이 보이는 것은 안산이 조배하는 형국이라 풍수에서 말하는 최고의 명당자리였다. 그게 너무나 뚜렷하니까 전두환은 "잘도 갖다 붙이누만"했다. 내가 살펴보니까 벌써 감동을 받은 표정인데…. 그러나 이 자는 특수전 훈련을 받아, 즉 일반 군인이 아니라 뒤에서 장난을 치는 놈이라, 그 자리에서 좋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홍보비서관을 불러서는 "내가 좋다고 하지 마라. 김원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언론에 발표하면 그 언론 발표를 보고 내가 지시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욕을 먹으면 김원이 먹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대통령 헬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데, 이진희 장관이 나를 구세주로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다. "김원 씨, 술 한 잔 먹고 갑시다. 그런데 건축가들은 어디 가서 술 먹노?"했다. 그때 제일 근사한 술집이라고 알려진 곳이 현대건설 임원들이 다니던 '장원'이었다. 우리는 그곳의 새끼마담이 새로 차린 술집 '백석'으로 갔는데 그 마담이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우리 장관 오셨다고 야단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더니 약 66㎡ 아파트에 기자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결정된 내용이 보도되었다. "천안군 목천면 흑성산 아래"라 했다.

나 : 그것 때문에 전두환이 보복도 안 당하고 죽을 때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보나?

김원 : 그런 덕을 봤을 것이다.

/김예옥 출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