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벌써 전국적으로 온열 질환이 의심되는 사망자가 13명에 이른다는 질병관리청 보고가 있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망자의 나이를 살펴보면 대부분 고령자들이다. 최근에는 매일 휴대폰에 폭염경보가 울려대며 주의를 당부하지만, 안타까운 사고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오늘날 고령자가 더욱 위험한 것은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북부지역만 하더라도 도농복합도시가 많아 농촌에 홀로 남아 농사일을 이어가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찾아와 안부를 확인하는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나 그마저도 없는 홀몸노인 가정에 요즘 같은 폭염의 날씨는 매우 위험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 복지 담당 공무원의 말을 빌리면 현장에서는 불가마 같은 골방에서 어르신들을 그야말로 대피시켜야 하는 상황도 맞는다고 한다. 열기를 내뿜는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나는 어르신이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겪는 온열 질환 사고를 곰곰이 따져 보면 시설이나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요즘 지자체에서는 폭염 사고에 대비해 비상대책반 등이 구성돼 활동하며 취약계층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또 농촌에서는 마을마다 재난 도우미가 운영되고 방문 건강관리 전문인력도 두고 있다. 생활지원사는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방문해 수시로 건강을 확인하기도 한다.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은 정부·지자체 지원으로 냉방장치를 전기요금 걱정 없이 가동하며 무더위쉼터 구실을 한다.
그럼에도 왜 노인들의 폭염 피해는 멈추지 않는 걸까? 문제는 우리가 다 살필 수 없는 사각지대다. 제도의 손이 닿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바로 그 곳이다.
오히려 사람이 북적이고 주택가가 밀집한 곳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복지시설과 시스템이 잘 갖춰진 도심이라고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는 고독사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이웃에서 불상사가 발생해도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되기도 하지 않던가?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예전엔 흔히 이웃 간의 정이라고 불렸다. 이는 인간애 또는 인류애에 기초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오지랖을 떤다'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시설을 갖추고 있더라도 혼자 사는 이웃 노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있으나 마나 한' 사치에 불과할 것이다.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건 이미 여러 분야에서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홀몸노인이 우리 주변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옆집에 홀몸노인이 살 수도 있다. 이들을 지자체나 정부가 다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매일처럼 불볕 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우리 주변에 사는 홀몸노인을 한번쯤 살펴보는 작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며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직접 안부를 묻거나 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하는 것도 폭염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에는 우리가 일일이 다 알 수 없을 만큼 홀몸노인을 돕는 제도가 많다. 이를 연결해 주는 것만으로도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전화 한 통이면 보건소 건강관리 인력이 해당 가정을 방문해 건강관리를 받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불볕 더위 속에 내버려진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 기후변화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절실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박미영 서정대학교 휴먼케어서비스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