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삶 반성·내 쓰임에 대한 고민도 담겨
■ 반성의 디자인_재재┃김경란 지음. 책책 펴냄. 184쪽. 1만4천원
시작은 두 딸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들고 버린 것들이 다시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목격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저자는 우연히 흑백필름사진을 찍는 남편의 사진관에서 발생한 인화지 봉투로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게 됐다.
'기왕 우리의 필요로 만들어진 소재라면 수명을 늘려 오래 쓰는 것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저자는 '더 큰 쓸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상세하게 들려주며 '버리면 쓰레기지만 버리지 않으면 아직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엄마의 역할을 거치고 난 뒤 '나의 개인적 쓸모'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엄마가 되며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저자는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담아 가방을 만들면서 '나의 쓰임'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쓰고 식물을 심고 주변을 정돈한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라이프 & 스타일' 화보 섹션이다. 섬세하게 표현된 글과 흑백사진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면, 책 속의 책 형태의 컬러 화보 'Cultivating: Life & Style'은 지구 환경과 좋은 관계를 일궈가는 저자의 일상 사진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