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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을 품고 사는 이들은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이다. 자신의 삶은 뒤로한 채 언제나 강한 엄마, 강한 아빠가 되어야 한다. 평생 돌봄이라는 굴레에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기어이 살아내는 일이 그저 최선이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등록 장애인은 264만1천896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다. 이 중에서 발달장애인은 27만2천524명으로, 지적장애 22만9천780명과 자폐성장애 4만2천744명 등 모두 심한 장애에 해당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대인관계나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해 및 폭력적 행동으로 활동 지원 기관과 인력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일이 태반이다. 돌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된다.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비극이 끊이질 않는다. 발달장애인·가족 사망사고는 2022년 10건, 2023년 11건,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발생했다. 개인의 불행을 넘어서 명백한 사회적 참사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10년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발달장애인은 여전히 소외됐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진행된 8차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조사 대상자만 봐도 포함된 발달장애인은 총 1만2천87명(4.4%)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화요집회'가 어느덧 2주년을 맞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권리 확보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형식은 집회지만 내용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일상 속 사연을 털어놓으며 서로 위안받고 용기 주는 시간이다. 90세 노모와 함께 요양원에 입원한 환갑 맞은 발달장애 아들, 자녀의 자폐 행동문제를 케어하기 위해 심리행동치료학을 연구하는 엄마, IT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는 청년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는 간절하고 절절하다.

때론 오체투지로, 때론 삭발투쟁으로 화요집회 86회차 동안 멈추지 않고 외쳐온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발달장애인이 자립(自立)과 연립(聯立)을 충분히 준비하고, 가족들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24시간 돌봄'은 시급하다. 갈 길은 멀지만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은 엄연히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