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시정지… 몸도 마음도 쉼표


1997년 성철 큰 스님 제자 원명스님 개원
세계 각국 외국인들 사이 힐링명소 발걸음
일주문·사천왕문 없고 누구나 방문 구조
체험형·휴식형… 다양한 명상·차담 포함
사찰 내 음주·흡연 금지, 방 배정 '무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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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의 어느 한적한 시골. 푸르르게 펼쳐진 옥수수밭과 산골을 지나니 마을 하나를 축소해놓은 듯한 공간이 눈에 띈다. 입구에 들어서면 기와집을 둘러싼 자연풍경에 넋을 잃게 되는 곳. 연등국제선원(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강화동로 349-60)이다.

강화 연등국제선원은 지난 1997년 개원한 사찰이다. 성철 큰 스님의 제자인 원명스님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불교에 대해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이곳 강화도에 사찰을 차렸다. 참선, 즉 깨달음을 얻고 수행할 공간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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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국제선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현재는 '템플스테이' 명소로 많이 알려졌다. 연등국제선원은 주지스님인 혜달스님이 중심이 돼 내·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인천관광공사의 '웰니스 관광 힐링 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등국제선원은 사찰 이름에 언급돼있는 '국제' '선원'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반영된 곳이다.

국제적인 포교를 목적으로 했던 곳인만큼 한국 불교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아시아·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이곳 연등국제선원을 찾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힐링 명소'로 알려지며 현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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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국제선원 전경.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사찰인 듯, 사찰 아닌, 사찰 같은 '연등국제선원'


연등국제선원은 여느 사찰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일반 사찰의 경우 절에 들어서면 두 기둥 위에 지붕이 얹혀있는 모습의 문(출입구)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연등국제선원은 일주문(一柱門)도, 사천왕문(四天王門)도 없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저 시골 펜션을 찾아온 것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을 편히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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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지난 2일 방문한 연등국제선원은 여름의 푸르름을 한껏 품고 있었다. 폭염의 무더운 날씨에도 큼직한 나무 그늘막에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았다. 나뭇잎과 매미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고즈넉히 울려퍼지는 풍경소리까지. 도심에서 예민해진 몸과 마음을 차분히 다듬을 수 있는, 말 그대로 '힐링'과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연등국제선원의 한 가운데에는 넓은 텃밭이 있다. 고추와 가지, 호박, 토란, 옥수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김장을 위한 배추와 무도 텃밭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텃밭은 혜달스님이 하나하나 직접 가꾼다. 이렇게 자라난 채소는 템플스테이 공양(식사) 재료로 쓰인다.

■ 체험과 휴식…연등국제선원 프로그램


연등국제선원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크게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뉜다. '마음의 문고리를 잡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체험형은 혜달스님의 진행으로 이뤄진다. 체험형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OT)과 함께 시작된다. 공양과 예불을 비롯해 선명상과 걷기명상 등이 프로그램에 포함돼있다.

혜달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이뤄지는 선명상과 걷기명상을 통해 바쁜 삶에서 잠시 잃었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체험형 프로그램에 강제성은 없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참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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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국제선원 체험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님과의 차담' 시간. 주지(혜달) 스님이 차를 내려주고 있다.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체험형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다. 인도 출신의 혜달스님은 영어와 한국어가 능통해 국내·외 방문객 모두와 소통이 원활하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은 체험형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기자도 이날 혜달스님과의 차담 시간을 가져봤다. 녹차, 홍차, 보이차 등 여러 차 종류 중 원하는 차를 선택하면 혜달스님이 직접 다도로 차를 내려준다.

혜달스님은 언어적으로 전혀 이질감 없이 대화를 이끌어 갔다. 일상 얘기부터 현재 하고 있는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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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국제선원 선 명상 프로그램.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연등국제선원 임수정 템플스테이 내국인 담당자는 "스님은 무얼 하는 사람인지 가볍게 물어보는 것부터 고민을 상담하는 분들까지 대화 주제는 정말 다양하다"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서도 스님과의 차담 시간은 가장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휴식형은 '온전히 쉼'이라는 주제처럼, 명상이나 차담 없이 오로지 휴식에 집중된다.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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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경기 의정부에서 템플스테이를 왔다는 김은선(53)씨는 "진정한 휴식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왔다"며 "눈을 돌리면 하늘과 초록 풍경이고, 그간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모습들을 봐서 시야가 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과 떨어져 있으니 생각들로부터도 멀어지고, 조용하고 고요한 느낌이 든다"며 "스님이 직접 기르신 로컬 푸드로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스님과 이 공간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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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국제선원 예불 모습. 2024.8.2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연등국제선원은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체험형과 휴식형 참가비용은 모두 1박 기준 7만원이다. 1인실을 원한다면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연등국제선원은 이불과 템플스테이 법복을 제공한다. 세면도구와 수건, 개인 물병 등 필요한 용품은 각자 챙기면 된다.

사찰 내에선 음주와 흡연은 금지된다. 방 배정은 2·3인으로 구성된다. 게스트하우스처럼 동일한 성별로, 방 배정은 랜덤으로 이뤄진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60세 이후 부부만 같은 방을 쓸 수 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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