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아파트 화재 대응책으로 초기 진화용 장비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내년까지 모든 아파트에 초기 진화용 장비를 보급하기로 하고, 전기차 화재 초기 진화에 효과가 큰 차량용 질식소화덮개 등을 구입하기 위한 비용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부착되어 있어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현재로선 불이 난 차체를 덮어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를 사용하는 것이 초동 진압의 핵심이다. 인천시의회는 올해 3월 '인천시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시간이다. 인천의 전기차 화재에 이어 지난 6일 충남 금산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기차 화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매년 두배 가량씩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을 감안하면 2~3년 후에는 매년 수백건씩 발생하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소화장비 보급보다 근본적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한편 전기차 충전시설의 위치도 문제이다. 총 1만9천여개에 달하는 인천의 전기차 충전시설의 상당수가 지하주차장에 설치되어 있어 화재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한 대의 화재로 23명이 다치고 140여대가 불탔으며, 477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지하주차장 화재는 연기배출이 어렵고 화재 발생 지점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이나 지하주차장 출입구 근처에 설치하는 것을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혼란은 전기차 보급에 신경을 쓰는 동안 안전문제를 소홀히 해온 결과이다. 충전시설 재배치와 같은 시간을 요하는 중장기적 과제라면 초동 진압 소화 장비 보급은 단기적 과제이다. 종합적 대책과 함께 인천시가 당장 서둘러야 할 것도 있다.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장비의 특별 점검이다. 이번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발화점 인근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사고는 큰 피해가 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