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 사실입니다.”
9일 오전 수원지역의 한 중고차 매장에서 근무하는 A 직원은 “전기차를 팔려는 이들은 느는데, 수요가 없다 보니 가격이 많이 내려가 상사에서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면서 연비가 좋고 친환경적이어서 한창 인기를 끌던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달 1일 인천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고 주민 12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어 6일엔 충남 금산군의 한 주차타워에 주차 중이던 기아 전기차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고차와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선 ‘전기차 중고 매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 ‘전기차 포비아로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차주 변모(43)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차 시세를 알아보니 반값이 아니라 3/1 가격에 나오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감가 문제를 떠나 자칫 화재라도 나면 보상은커녕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정도라는 소문 탓에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를 꺼리고 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요즘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에만 가면 따가운 눈총이 부담스러울 정도”라며 “가족들도 다른 중고차를 알아보라고 했지만, 시세가 워낙 많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업계에선 휴가철 시세 하락에 더해 화재 사고 여파로 전기차 중고 시세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자동차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이달 초 국내 완성차 브랜드와 수입차 브랜드의 2021년식 인기 차종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는 전월 대비 1.97%, 기아 EV6 롱레인지 어스 1.11%,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2.61%, 모델Y 롱레인지 3.36%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전기차 특성상 화재 발생 시 내연기관차 대비 소화가 어려워 주변의 사물에까지 확산 피해가 크다는 인식이 더 커졌다”며 “이런 부분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 한동안 차량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