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내 전기차 충전기. /경인일보DB
지하주차장내 전기차 충전기. /경인일보DB

잇따른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와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도 내 전기차주들이 화재 불안감에 이웃의 따가운 시선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흥시 배곧동에 거주하는 전기차 차주 이모(35)씨는 요즘 자신의 차를 충전할 때 혹시 모를 배터리 화재를 우려해 100%가 아닌 80% 정도만 충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에 EV6 화재까지 알려져 전기차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는데, 전기차에서 또 불이 나면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온라인에서는 전기차 퇴출 운동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기차주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전기차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씨는 “전기차 관련 소방시설이나 충전 인프라가 아직도 미흡한데, 정부가 전기차 공급을 성급히 장려한 것 같다”며 “수리비용 때문에 주위에 전기차 구입을 말려 온 편인데, 전기차에 대한 혐오 인식까지 더해져 솔직히 앞으로는 (전기차를)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숙성과 저렴한 충전 비용으로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됐으나, 최근 전기차에 대한 공포 여론이 확산되며 전기차 구입을 후회하는 분위기마저 포착되고 있다. 1년6개월째 전기차를 타고 있는 이모(67·성남시 서현동)씨는 자신의 전기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물론, 공동주택 내 이웃들의 눈치까지 보게 돼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요즘에는 전기차를 산 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지하주차장 주차가 제한되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정부나 제조사에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과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에는 지난달 기준 전기차 13만4천741대가 등록됐고 전기차 충전시설 10만513기가 설치돼 있다. 도는 이달 말까지 100세대 이상 아파트 중 충전시설이 지하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아파트 300단지 이상을 선정해 소방 및 31개 시·군과 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