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리더십' 파트너들 허 찔러
합의된 결과 번복하기로 악명높아
기술중심 경제·안보의제 확대될듯
우리 핵심기술 보호 입법 서둘러야
국익위해 플랜 A·B 철저히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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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트럼프인가. 해리스인가. 최근 여론은 해리스가 우세하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트럼프 2.0을 준비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 때문이다. 지지율과 투표율이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한 요소이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조엘 위트(Wit) 수석연구원은 출간 예정인 'Flashpoint'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비사를 전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특사인 스티븐 비건과 북한은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양국이 고심했던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룬 장문의 문서가 만들어졌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주요 의제, 즉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즉시 해체할 것인가와 그 대가로 미국이 얼마나 많은 제재를 해제할 것인지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의 요구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참을성 없기로 유명한 트럼프가 돌연 정상회담을 끝내고자 했다. 미국 대표단은 트럼프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위트는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본다. 만약 트럼프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면 북미 관계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 김정은은 대대적인 경제현대화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북미 갈등이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김정은이 푸틴과 동맹을 재강조하면서 미국을 위태롭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트는 진단한다.

유럽외교협회의 이사인 레너드(Leonard)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비를 주문한다. 그는 트럼프가 제2기 대통령직을 준비하면서 미국이 유럽에 대한 핵우산은 유지하되 유럽에서 지상군을 철수한다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유럽의 군사비용 분담은 당연하고, 나토의 확장을 중단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핵심 전략은 미군을 유럽에서 중국으로 옮기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호주전략정책연구소의 케이브(Cave)는 호주 정부가 즉시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와 그의 측근 그리고 캠프 구성원들과 네트워크의 강화를 제안한다. 즉 기업인, 정치인, 관료, 퇴역 군 장교, 싱크탱크 등 인맥을 활용하여 호주의 국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트럼프와 참모들은 공무원과는 매우 다른 업무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주요국과 외교적 관계 강화도 제안한다. 트럼프는 무역 협정이나 다자간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리더십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파트너들의 허를 찌를 것이다. 주요국의 외교, 정보, 무역, 국방 분야의 대사관 인력과 자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보는 논거이다.

레너드는 글로벌 정보 관계의 강화와 급변할 미국 정보 커뮤니티에 대한 준비를 제안한다. 이미 트럼프는 주요 정보기관 고위직을 충성파로 교체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존 정보기관과의 긴밀한 관계가 트럼프 시대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각본에 얽매이지 않는 지도자이다. 합의된 결과도 번복하기로 악명이 높다. 주요국은 자국의 이익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켓(Jackett) 교수는 중국과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가장 중요한 대척점이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과 소유를 제재하고자 한다. 트럼프 2.0 시대에서 기술 중심의 경제 안보 의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도 경제 안보를 위해 외국인 투자 심사 및 경제스파이로부터 국가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재정비하고,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는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에 무임 승차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는 동맹국의 행동을 말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미 주요 협정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한 전력이 있다. 우리도 국방비 증액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거래주의자이자 협상가다.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로드맵과 별도로 트럼프 2.0에 대응하는 전략과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플랜 A와 B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