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복절 기념 추모행사… 2016년 '평화의 소녀상' 설치 역사적 의미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오는 15일 인천 부평공원에서 일제강점기 때 강제 동원된 위안부와 노동자들의 넋을 기리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광복절 하루 전날인 8월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인천에선 2016년 부평공원에 첫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매년 이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0년 서구 맛고을 거리에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섰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일본군은 '군위안소'를 설치해 11~27세 조선인 여성을 강제로 동원해 성노예로 만들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9명이 생존해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특별하게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함께 추모한다.
부평공원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뒤 이듬해인 2017년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을 기리는 동상도 만들어졌다.
초조한 표정의 단발머리를 한 소녀와 강렬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중년 남성이 함께 있는 '징용노동자상'은 지영례(94)씨와 그의 아버지를 모티프로 제작됐다고 한다. 1943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지씨는 위안부로 끌려갈까 봐 학업을 그만두고 인천육군조병창에서 일했다.
그의 아버지는 인천육군조병창에 강제징용된 후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전달하다 발각돼 옥고를 치렀다. 일본군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부평공원 일대에 인천육군조병창을 두고 각종 무기를 생산했다. 광복 이후엔 미군이 이곳을 '애스컴(ASCOM·미육군군수지원사령부) 시티'라는 군수기지로 활용했다.
장정구 인천시민연대 고문은 "최근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강제징용 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부평공원은 평화의 소녀상과 징용노동자상이 모두 설치돼 있고 역사적 의미도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최근 유네스코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1천500여 명을 강제 동원한 일본 니카타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 설치한 전시 안내문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곳에 강제동원됐다는 것을 명시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인천 부평구에는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가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썼던 '미쓰비시 줄사택'도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이 태평양 전쟁 유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풍부하고 근대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지난 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강연희 인천평화의소녀상시민위원회 사무국장은 "인천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지역"이라며 "더 많은 인천 시민에게 그 아픔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