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록 넘지 못한 아쉬움 토로
"개인생활 포기한 감독님에 보답 간절"
강력한 경쟁자들 마지막 무대에 '자극'
"감독님은 개인적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나를 위해 힘쓰셨다. 오늘 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었는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이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 코치)을 떠올리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을 기록, 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상혁에게 밀렸던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2m36으로 우승했다. 우상혁이 상대전적에서 9승6패로 앞서는 셸비 매큐언(미국)도 2m36을 넘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 최고 2m36의 기록을 보유한 우상혁은 이날 2m31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넘고 4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하고, 개인 최고 기록 2m36을 보유한 그로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도 바를 건드리면서 실패하자 우상혁은 평소보다 매트에 오래 누워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나가는 와중에도 미소를 지으며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를 두들겼고, 자신을 응원해준 관중들에게도 환하게 인사했다. '스마일 점퍼'다웠다.
우상혁은 커와 매큐언의 점프 오프를 모두 지켜본 뒤 공동취재구역으로 나왔다. 그는 "높이뛰기 선수들끼리는 마지막까지 응원하는 문화가 있다. 오늘 내 결과는 아쉽지만, 친구 두 명이 뛰는 모습을 응원하고서 나왔다"며 "오늘같이 점프가 좋지 않은 날도, 경기를 잘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대회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우상혁이었지만 김 감독을 생각하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는 "감독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도쿄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 힘든 생활을 했다"며 "나는 감독님이 짜놓은 계획을 따르면 되지만, 감독님은 개인적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나를 위해 힘쓰셨다. 오늘 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었는데…"라고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허탈함을 쉽게 털어낼 수 없겠지만 우상혁은 다시 도약할 생각이다.
그는 "오늘 또 한 번 좋은 자극을 받았다.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파리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내 점프의 끝은 아니다"라며 "오늘 바르심,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치렀다. 둘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대단했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불태우고 싶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불꽃을 피우겠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