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 1인당 年 양곡소비량
쌀 56.4㎏… 30년전 110.2㎏서 급감
재배 줄여도 소비 감소세 못 쫓아가
안정화에 '막대한 혈세' 근본책 필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농협을 중심으로 쌀 소비촉진 범국민 운동에 돌입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불과 30년만에 반토막이 났고 쌀값 안정화를 위한 격리물량은 매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쌀소비량 감소는 소비 감소 그 자체보다도 국내 쌀 생산기반과 적정수요선이 붕괴되고 식량주권까지 위협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22년 2월 세계 곡물수출 4위였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해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주식인 쌀을 지켜서 위기를 넘겼다. 이에 쌀소비량 감소 실태와 원인, 대책 등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 편집자 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 보고서' 에 따르면 2023년 국민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은 64.6㎏으로, 이중 쌀이 56.4㎏(87.3%), 보리쌀, 밀가루, 잡곡 등 기타 양곡이 8.2㎏(12.7%)을 차지했다.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1970년 136㎏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소비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1993년 110.2㎏을 소비했던 것과 비교하면 30년만에 절반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2019년(59.2㎏) 처음 60㎏ 이하로 떨어진 이후 2020년 57.7㎏, 2021년 56.9㎏, 2022년 56.7㎏, 2023년 56.4㎏ 등으로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그래프 참조
반면, 최근 5년 동안 벼 재배면적도 쌀 수급균형을 위한 적정생산 정책 추진에 따라 2019년 73만㏊, 2020년 72만6천㏊, 2021년 73만2천㏊, 2022년 72만7천㏊, 2023년 70만8천㏊ 등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1인당 연간 쌀소비량 감소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벼 재배면적도 2022년 7만3천648㏊에서 2023년 7만3천187㏊로 0.6% 감소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같은 기간 연간 쌀생산량은 2019년 374만4천t, 2020년 350만7천t, 2021년 388만2천t, 2022년 376만4천t, 2023년 370만2천t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기상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반해 연간 쌀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산지 쌀값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산지에서 재고 부담이 늘어 저가로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4천619원, 80㎏ 한 가마에 17만8천476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20㎏ 4만7천961원), 평년(〃 4만7천350원)과 비교해 각각 7%, 6% 낮은 편이다.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정부는 쌀을 일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이하 시장격리)하고 쌀 소비를 촉진해 쌀값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공 비축을 위해 지난해 생산된 쌀 40만t을 수매했고 해외 원조 물량으로 10만t을 더 수매했는데, 시장격리용으로 5만t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에 들어가는 예산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시장격리에 9천916억원을 썼을 뿐만 아니라 1천억원의 보관비용과 수백 억원에 이르는 폐기비용까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금 우리에겐 식량 안보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 농가 경영안정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정부 정책과 함께 소비의 진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